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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물러 가는 여름

      정신 못차리게 무덥던 여름날은 드디어 꼬리를 감추듯 스르르 물러간다.
      어디선가 에어콘 바람과 시원한 어름을 큰 자루에 담아서 한꺼번에 솨악
      쏟아 내듯 온통 집안과 밖에 시원한 바람들이 더위에 지친 우리들의 몸과
      얼굴을 어루만진다. 극성맞던 매미소리도 어느새 어디론가 잦아 들었다.

      메스콤에서 언제부터인가 지구의 온난화를 예고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이게 실제 상황이 되어서 우리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우리가 지리시간에 배웠던 남양의 스콜같은 소낙비가 예고도 없이 매일 쏟아
      붓는다. 옛날 영국신사 모양 매일 우산을 안들고 나갔다가는 얇은 여름옷을
      몽땅 적셔 체신이 말이 아니게 되기 십상이다.
      하마 이제는 더위가 끝나겠지 하며 기다리던 날들은 길기도 했다.

      한반도의 기후가 열대성으로 갔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디. 서해안
      바닷가에 사는 어느 친척이 제주도 연안에서나 잡히던 문어가 대천 앞
      바다에서 잡혀 문어회를 쳐서 먹었다는 이야기가 더 실감을 나게 한다.

      농촌에서는 요근래 시도 때도 없이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국지성 비 때문에
      다 읶어 수확을 앞든 붉은 고추가 모두 병이 들고 못 쓰게 물크러져 버려서
      여름 내내 땡볕에 애쓴 농심들을 아프게 한단다.

      앞 발코니에 몇 해를 두고 하얀꽃을 잘도 피우던 베코니아 꽃이 지나친
      습기로 뿌리 부분이 모두 녹고 사그러져 주저 앉았다.
      더위에 지쳐서 이를 모르고 미쳐 수습을 못했었다.

      이 꽃은 생명력이 강해서 꺾어 심기를 해도 잘 번식을 한다.
      성한 줄기를 꺽어서 흙 속에 삽목을 하고 새순을 키우기로 했다.
      어떤것의 멸망은 그것으로 끝나게하는게 아니라 다시 새로운 희망을 낳는다.

      새로운 것은 더욱 힘차고 생기있고 꽃도 잘 피울 것이다.
      잠시 실망은 접어 두고 새로운 희망을 심으면 된다.
      추위가 닥치기전에 뿌리가 내려야 될텐데...
      인생에서도 작은 실패는 보다 큰 성공의 믿거름이 되기도 한다.

      어둑 컴컴해진 저녁나절 어디선가 여럿의 고함소리가 나기에 시끄럽기도 하지...
      생각했더니만 "함 사시요.함 사시요." 하는 소리가 아닌가...
      사방 "口" 자형으로 앉은 아파트의 특성상 이 소리가 되 울림이 되어 온
      아파트가 시끄럽다.

      산책을 나가는 길에 보니 바로 옆 동에서 십 여명의 넥타이 젊은이들이 우르르
      현관 입구에 몰려 있다.
      이들을 맞이하려 내려온듯 비슷한 수의 아가씨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아닌가.

      그 중에 얼굴에 구멍 뚫린 오징어로 얼굴을 가리고 등에는 청홍색 비단보자기로
      꽉 동여맨 무거운 함을 메고 두 다리를 쭉 펴고 현관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있다.
      나를 잡아 끌어 가 보라는듯...
      저 짐꾼을 신부집으로 데려 가려면 꽤 비싼 대가를 주어야 되겠지...^^

      어느 젊은이들이 이제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앞서
      이게 언제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풍속일까....
      그러잖아도 결혼준비로 온갖 피로가 휩 쌓여 있을 신부 가족들을 생각하면 이도
      미풍양속이기에 앞서 말짱 철 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이야 절기를 가리지 않고 결혼들을 한다.
      때는 바야흐로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무르읶는 가을이니 축복받은 사람들이구나 ...

      이제 찬 바람과 더불어 정신을 차리고 건강도 챙겨 하루를 열흘 살듯 행복하고
      보람찬 우리들의 삶을 영위해야 하겠다는 새로운 희망이 살며시 고개를 쳐 든다.

                                                    07년 9월 2일 청초
    

         ♪ 그 집앞 - 팬풀룻
  • ?
    꽃나리 2007.09.06 16:38
    지금밖에는가을비가 주룩주룩내리고있네요. 어려서듣던노래를들으니 참좋네요.벌서가을이군요.아름다운코스머스도보고 즐겁습니다
    항상좋은글과사진보여줘서고맙습니다,행복하세요,
  • ?
    이용분 2007.09.06 23:52
    꽃나리님 !!

    참으로 오랫만이군요.
    덥다 하여 두달을 연거퍼 쉬었던 터라 만난지도 오래 되었지요.^^
    무덥고 길기도 했던 이번 여름을 무사히 지나셨는지요 ?

    나 홀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는듯 이렇게
    꼬리글을 달아 주니 감사하고
    힘도 나는 군요.^^

    내일 우리 반갑게 만나기로 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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