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이 남긴 구겨진 종이

by 김 혁 posted Nov 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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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인이 남긴 구겨진 종이

 

 

 

돈 있다 위세치 말고,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척 하지 말고,

 

건강하다고 자랑치 말고, 명예가 있어도 뽐내지마소 

-  소용 없더이다.

 

 

나이들고 병들어 누우니  잘난자나 못난자나 너 나없고 

 

남의 손 빌려 하루를 살더이다.  

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 가며    

, 오줌도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구려.

 

 

당당하던 그 기세 그 모습이 허망하고 허망하구려

내형제 내 식구가 최고인양 

 

남을 업신 여기지 마시구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식구 아닌

 

바로 그 남들이 어쩌면  이토록 고맙게 해주는지~ 

 

웃는 얼굴로 따듯한  미소 지으며

날 이렇게 잘도 돌봐 주더이다.

 

 

아들 낳으면 일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 되고

 대학 가면 사촌이 되고

군대가면 손님이요

 

군대 다녀오면 팔촌이더이다.

 

장가가면 사돈되고.

 

애 낳으면 내 나라 동포요

 

이민가면 해외동포 되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

 

딸만 둘이면 은 메달인데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 메달이고

 

아들 둘이면 목 메달이라 하더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구려

 

 

자식을 모두 출가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요 며느리는 좀 도둑이요

 

딸은 예쁜 도둑 이더이다.

 

 

그리고 며느리를 딸로 착각 하지 말고

 

사위는 아들로 착각하는 일 마시오. 

 

인생 다 부질없더이다.

 

 

인생 다 끝 나가는

 

이 노부의 푸념이 한 스러울 뿐이구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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