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궂은 비가 오기에 꽃 무늬 우산을 쓰고 가을이 오면 신으려고 신장에 넣어 두었던 굽 낮은 구두 빨간 구두를 꺼내 신었다. 우산 밑으로 후려치는 빗줄기에 먼지 묻은 구두가 깨끗하게 씻겨져서 좋아 했더니 사나운 비 바람에 그만 옷자락 까지 다 젖고 말았네.... 큰 거리 건널목을 건너려고 급한 마음에 길가에 바짝 붙어 섰더니 위세 좋게 지나가는 차들이 찻길에 고인 물과 쏟아지는 빗 물을 한꺼번에 흩 뿌려 주고 달아나네.... 비가 오니 너도 나도 모두 좁은 우산속에 몸을 웅크린채 종종 걸음들... 별수없이 쫄딱 비 맞고 나무 밑의 웅크린 촌닭들 처럼 풍신이 말이 아니네... 그래도 좋아 할 것들도 있지... 街路에 놓인 화분의 꽃들 보드불럭 밑에 답답하게 뿌리가 갇힌 나무들 탄천에 사는 잉어와 붕어들이겠지.... 아! 또 있지, 우산장사. 냇가에 서 있는 키가 크고 휘늘어진 버드나무가지들... 바람에 휘말려서 신들린 舞姬들처럼 긴 머리카락 좌우로 흔들면서 제 멋에 겨워 어깨춤들을 추고 있네 이들의 춤사위는 좋아서 일까 ... 괴로워서 일까..... 그래도 그칠줄을 모르고 온 종일 세차게 내리는 빗 줄기... 아! 이제 가을이 오려나 보다. 07년 9월 16일 청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