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80 추천 수 93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행복이란 어디에 있는 걸까?

      올해는 어째 여름 장마다운 장마가 오지 않은채 지나는가 싶더니 늦장마인지
      어찌된 판인지 지속적으로 비가 온다. 과학자들이 몇 해 전부터인지 지구의
      온난화가 오고 있다고 경고를 거듭하더니 정말 현실로 다가온 듯 싶다.

      우리나라도 열대성 기후로 바뀌었다고 말들을 한다. 끝도 모를 무더위와 더불어
      태풍 '나리'인가가 남쪽 지방에 말도 못할 큰 피해를 입히고 지나더니 또 다른
      태풍이 몰려 온다고 일기예보에서 알린다.
      그 태풍의 전조인지 오늘도 제법 굵은 빗줄기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 했다.

      외출을 나갔다가 들어 온 날은 손이 떠서 그런지 저녁 준비가 어설프기만 하다.
      육류를 먹은 지가 한참 되었기에 남편과 의논 끝에 마침 요즈음 새로 알게 된  
      맛이 꽤 괜찮은 수수하고 깨끗한 어느 음식점에 가게 되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며 담소를 한다.

      알아보게 낮이 짧아져서 이미 사위는 컴컴 해져있다. 음식점을 찾아 걸어가는 길
      수많은 자동차들이 공포 영화 속의 괘물들처럼 눈이 부신 헤드라이트를 부릅켜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온다. 비 오는 날 바퀴소리에 빗물소리까지 붙어서
      질퍽거리며 내는 소음들이 우리의 여린 귀를 괴롭힌다.

      이렇게도 많은 차들이 온 군데에서 품어내는 배기 가스가 지구의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적인 굴지의 자동차 생산국이
      된 우리가 어째 지구 온난화에 크게 일조를 할지도 모른다는 자책도 슬슬 들기
      시작하는 요즈음이다.

      자동차의 배기 가스도 지구 온난화에 크게 영향을 미쳐서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도시에서는 탄산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자전거타기 운동을 권장 한다고 한다.
      각자 자기의 자전거에 그날 타므로해서 줄인 탄산가스량을 재는 기계를 부치고
      달린 다음 드려다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식사 후에 큰 교회건물과 아파트를 사이에두고 한 불럭 떨어진 뒷길 개천길로
      오노라니 갑자기 내린 비에 물이 불어나 요동치듯 큰 물소리를 내며 소용돌이를
      치면서 내려간다. 개울 물에 한참 눈길을 빼았겼다.
      각각 커다란 우산을 쓴 우리는 이 개천을 따라 탄천 본류로 가 보기로 했다.  
      우산 위로 쏟아지며 내는 "툭 툭 툭" 굵은 빗방울 소리가 경쾌하고 시원하다.
      갑자기 언제인가 예전에 본 "Sing in the rain" 이라는 뮤지칼 영화가 생각난다.

      무엇에 쫓기듯 성급하게 흙탕물보라를 일으키고 좔좔 퀄퀄 소리를 내며 흐르는
      작은 개천의 물길에 비해 넓은 하천은 이런 작은 개울의 날뛰던 물을 받아 들이고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유유히 흐르는 게 아닌가. 마치 조그만 일에도 팔짝팔작
      뛰는 小人에 비해 모든 걸 받아 들이고 묵묵하고 관대한 大人을 보는 듯 하다.

      빗속에서도 찌릿찌릿 울어대는 귀뚜라미소리가 가을의 정취를 일깨운다. 어둠속에  
      엉금엉금 기는 저건 요즈음 보기 힘든 두꺼비가 아닌가. 빗 길에 엉거주춤 제 갈
      길을 가늠하고 있는 듯 하다.

      비가 오니 평소 밤에 나와 운동을 하며 오가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만날
      길이 없고 오다가다 몇 사람만이 지나 갈 뿐이다. 큰 물을 보았으니 먼저 왔던
      작은 개천 변 길을 따라 집으로 되돌아 오는데 낯모를 어떤 사람이 지나면서
      "이 길로 가시면 길이 물에 잠겼습니다. 조심하세요" 하는 게 아니가.
      "네 감사합니다."고 대답을 했다.

      우리도 이미 조금 전 그곳을 지났기에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렇게 위험을
      알려 주며 지나간 낯 모르는 그 사람의 염려가 너무나 고맙다.

      요즈음 사람들은 각자 갈 길이 바쁘다 보니 냉정하여 이웃에 무슨 일이 생겨도 나
      몰라라 무관심하다는 통념을 깨트리는 순간이다. 어느 수필가가 쓴 글 제목에
      "나는 왜 작은 일에만 화를 내는가"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지나는
      모르는 이의 이 짧은말 몇 마디의 작은 호의에 어쩌면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로또 복권이 당첨 되듯 어디 커다란 뭉치의 행복이 굴러다니는 걸 잡아야
      만 행복이라고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아주
      사소한데 있다.
        
      전화통 속에서 들려오는 어린 손주의 갖 배워서 떠듬대는 말소리, 엘레베타 속에서
      어느 층에선가 느닷없이 올라타며 "안녕하세요"꾸벅 절을 하는 초등학교 일 학년
      또래의 어린이의 인사는 웃음을 머금게 한다. 아마 학교 선생님이 어른을 만나면
      무조건 꼭 인사를 하라고 가르친 모양이다.

      길을 지나치며 만난 유모차 속의 어린 아기와 고사리 손, 천신만고 끝에 피워 낸
      동양란 한두송이, 살기 힘들어 희망의 날개를 접은 불우한 이웃을 챙기는 따뜻한
      손길,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화려해진 우리 나라의 백화점 쇼 윈도의 비싼 물건을
      샀을 때 보다는 뒷길에 작은 트럭을 세워놓고 가게세가 없기 때문인지 싸게 파는
      통통하고 윤기가 자르르 나는 애호박을 두어개 사서 손에 들었을 때.

      무더운 여름날 들녘에서 불어 오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이런 작고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것이 아닐까....

                                             07년 9월 19일 청초. 
 



        
  • ?
    김 혁 2007.09.20 14:07

    지구온난화현상은 지구에서 내뿜는 탄산가스(이산화탄소)가 지구의 대기층을
    덮어서 마치 온실의 유리지붕과 같은 역할을 하여 지구표면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입니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하는 것은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를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협약을 맺고 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상식문제이고 해서 토를 부쳐 보았습니다.

    그래도 동기께서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글을 써 주시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여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미강 2007.09.20 15:09
    이용분 선배님글은 언제나 그자리에 함께 거닐고
    개천에도 함께 있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
    어디가 편찮으신데도 이리 긴 글을 쓰시느라 힘드셨지요 ?
    한줄 한줄 쓰신 글 중에는 보는이의 마음에
    행복과 잔잔한 미소를 주시고 계십니다 .
    감사합니다 . 이제는 제법 써늘한 일기가 시작 되고 있습니다 .
    안녕히 계셔요 .
  • ?
    이용분 2007.09.20 20:00
    김혁님!!

    관심을 가지고 읽어 주시고
    부연 설명까지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자동차 배기 가스도 온난화에 일조를 해서
    어떤 도시에서는 탄산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자전거타기 운동을 한다는군요.
    전문가의 말 입니다.

    아직도 완쾌되지 않은
    아픈 허리를 살살 달래면서
    컴앞에 앉았다 내려왔다 하면서
    글을 완성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이용분 2007.09.20 20:02
    미강님!

    바쁜 그곳 생활 와중에서 열심히 글을 올리시고
    이렇게 아름다운 꼬리글까지 올려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염려해 주신 덕분에
    아픈 허리는 아주 완쾌 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좋아 진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사대부고 제7회 동창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