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 보면 온갖 경험을 하게 된다 단독주택에 살적에는 이따끔씩 열어놓은 부엌문을 통해 어느새 쥐가 들어 오곤 했다.모르고 있다가 조용한 밤중에 어디선가 냉장고 소리에 뒤섞여서 갈쭉거리는 소리에 혹시나 쥐가 들어왔나 하고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이다가 정말로 쥐가 들어 온 것을 안 순간 머리카락과 뒷머리가 쭈삣하며 온 집안에 초비상이 걸리던 생각이 난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잠을 자는 방 어디선가 삐삐삐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어디서일까 ? 여기는 고층아파트이니까 쥐 소리는 물론 아닐테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나는 곳을 향해 가보면 어느새 소리가 뚝 멈추고 아무런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혹시 휴대폰 아답터에서 나는 소린가...!! 내 휴대폰은 조히 몇 년을 써왔는데 그간 오래 써서 고장이 나서 그런가. 그러면 아답터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한발 앞서 충전해서 쓰는 전화기에 문제를 일으켜서 일이 더 커지게 생겼다. 휴대폰을 사준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전후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애가 제 휴대폰을 떨어 뜨려 못쓰게 되어 새로 사는 바람에 안 쓰고 있는 똑 같은 아답터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게 원인이 아닌 것 같다. 책장 근처에서 소리가 나기에 책장을 밀어내고 드려다 보니 별 흔적이 없다.그 다음은 작은아이가 비상용으로 설치해서 누르면 방마다 울리게 해놓은 책장 위의 차임벨에 의심이 간다. 소리가 울리는 장치를 머리맡에 가까이 옮겨 놓아 보았다. 그러나 그도 아니다. 여행가방을 놓아둔 바로 옆 방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가방 속에 여행 시 아침에 시간 맞춰 일어 날려고 가지고 다니던 자그마한 타임머신워치에 혐의가 간다. 그러나 이 소리도 그 방문을 닫고 보면 소리가 희미해야 될 터인데 또렸하게 들리는게 그게 아닌 것 같다. 드디어 언젠가 바둑대회에서 타온 새 스팀 다리미에 혐의가 간다. 이제는 찾았구나 이를 거실에 내다 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일정한 시간만 되면 방에서 여전히 삐삐삐 소리가 나는 게 아니가. 도대체 어디엔가 귀신이 숨어서 나를 놀리려고 장난을 치나 .... 잽싸게 일어나도 어느새 네 번을 울리고 딱 시치미를 띠고 다음 번에 울리도록 기다리려면 도저히 밤 시간이 지루해서 못 기다리겠고.... 그렇게 몇 일을 해결을 못하고 흘러갔다. 온 신경이 있는 대로 곤두서서 이를 찾으려고 애를 쓰다 보니 나도 좀 잽싸졌다. 마치 범인을 잡으려는 콜롬보 형사 처럼 상시 대기중이다. 그러다 어느 날 소리나는 근처가 정확히 포착됐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낮은 책장위에 놓아둔 골다공 약 봉투를 넣어둔 하얀 비닐봉투 속이다. 그 때서야 생각이 떠 올랐다. 이번에 골다공증을 격게 되면서 매일 먹어야 될 약을 먹은 것 같기도 하고 안 먹은 것 같기도 하여 헷갈린다고 약사에게 말을 했더니 약사가 그 통속에 넣고 소리 날 때만 약을 먹으라며 공짜로 준 타임 캡슬 이다. 한동안 나를 온갖 상상과 괴로움에 휩쌓이게 하던 이번 일들은 이렇게 나의 건망증으로 인해서 야기된 사건이다. 나이를 먹다 보니 먹어야 될 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나이가 먹으면 뇌 세포가 매일매일 조금씩 죽어서 점점 기억력이 감퇴된다고 한다. 나는 아파트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안나 언제나 집을 나설때면 여기저기 찾고 뒤지며 지낸다. 어지간하면 전날 찾아서 준비해 놓곤 하지만 노상 그럴수는 없는 일. 매일 가는 곳에 따라 옷을 바꾸어 입고 핸드백도 용도에 따라 이것저것 바꾸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럴 때마다 진땀이 바싹 바싹나는게 열쇠꾸러미에 소리가 나는 전자칩이라도 달아 놓았으면 얼마나 편리할까 생각을 하곤 한다. 실제로 휴대폰이 안 보일 때에는 다른 전화기로 휴대폰 전화번호를 눌르면 신호음이 나서 금새 찾게 된다. 남편은 그 신호음 통속에 열쇠꾸러미를 넣어 두라고 한다. 그러나 이삼십분 간격으로 제 멋대로 울어대어 밤잠을 깨우는 소리 때문에 쓰기는 힘들 것 같다. 지금도 그 소리 상자는 주기적으로 밤낮 없이 주방 식탁 위에서 귀에 익숙한 소리로 울어 대고 있다. 저걸 버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고민을 안겨주면서.... 형사가 범인을 잡을 때에도 공연히 엉뚱한 사람에게 혐의를 두고 오라가라하며 괴로움을 주는 일도 종종 있겠구나 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07년 9월 28일 청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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