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 박고은

by 김 혁 posted Nov 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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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깊어지면 / 박고은 - 온통 추상에 젖은 산천 가을이 갈빛으로 깊어지면 바람은 또 얼마나 꿈꾸며 가는가 무수히 계절을 밟고 왔을 바람은 텅 비워서 가득찬 풍요 올 맑은 사유의 눈을 떠서 온 누리 더불어 여물고 싶음이여 시떫은 젊음은 결이 삭고 비린 욕망은 단물이 들어 한 알 홍시로 무르익고 싶다 여기저기서 우수수 지는 것들 나이만큼 가슴 속에 지는 소리 섧게 지는 낙과를 주워 그 의미를 만져 보고 천심 묻은 영원의 뜰에 두고 싶다 끝내 모든 것이 떠나고 잃는데도 카랑한 정신과 내 안에 사랑만은 남겨 연륜의 강기슭 갈대를 흔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