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우리에게 / 이종림 -
삶은 우리에게
오지 않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우리가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동안도
삶은 늘 가까이에서 서성거리는
코발트 빛 여인같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삶은 우리에게
극복하지 못할 시련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이룰 수 없다고 믿는 믿음 속에서도
삶은 아침 햇살에 개어나는 이슬처럼
늘 경쾌하고 산뜻하다
삶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소망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열차가 떠나 버린 듯한
허무와 눈물 속에서도
삶은 하얀 손을 내밀어 휘청거리는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그러하기에 보이지 않던 길에서도
꽃이 피고 안개 낀 겨울 아침 같은
고독 속에서도 새들은 제 갈길 가듯
삶은 숨겨진 보석을 캐듯
신비로운 동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