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카렌다를 바라보며 / 이효녕 -
한 해를 보내는 벽
마지막 그림자가 그려 있다.
잎새 없는 나무들이
그 틈새에서 흔들렸다.
그 사이로 나목(裸木)이고 싶은 벽이
세월의 시간 위에서
한 장 한 장 뜯겨진다.
한 점 바람이
벽을 스쳐 지나간다.
바람이 스쳐간 망각은
우리들이 지닌 마지막 꿈이다.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면서도 미워하지 않고
그렇게 세월이 쌓이던 벽은
넉넉하지 못한 것들도
때로는 넉넉해 보이지만
12월은 언제나 언 빙판 길 같이
세월을 밀어내고 어두워진다.
사위어 가는 마지막 카렌다.
내일이면 세월을 밀어낸 공백이다.
먼지 묻은 숫자들은
너무 멀리 있어
이름을 알 수 없는 별처럼
희미하게 빛날 뿐
또 다른 세월 하나가
작별의 인사를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