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 이른 아침 발코니의 커다란 유리창에 물안개가 짙게 끼어 뿌유스럼한 우유빛을 띄우고 있다. 오늘은 날씨가 흐릴려나 생각했지만 지금은 밝은 해가 반짝 떠서 우리의 흐릿하던 기분을 밝게 해준다. 오늘은 일년중 낮이 제일 짧은 동짓날이다. 아이들을 키울때에는 동짓날이면 새알심이를 넣어서 꼭 팥죽을 쑤워서 먹곤 하였다. 어느 새 한쪽 벽에 걸린 카렌다가 달랑 한장만 남아 이해의 마지막임을 알려준다. 오다가다 진즉부터 컴퓨터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면 뭐 벌써 때이른 그런 노래를 띄우나 생각했지만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날들이 바짝 다가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닦아오면 오래전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던 그 시절이 생각 난다. 프라스틱 제품으로 된 소나무형 크리스마스 츄리에 약솜(이게 색이 유난히 희다. 요즈음은 나이론 솜을 쓰는것 같다.)을 뜯어 올린다. 반짝거리는 별과 붉은색 푸른색 둥그런 공같이 생긴 장식도 여기저기 단다. 금종이 은종이를 가늘게 자른 것들을 올려 놓는다. 마지막에 총천연색으로 명멸하는 전구를 켠다. 그러면 해마다 돈을 주고 매번 사지 않아도 아이들과 즐거운 크리스마스 기분을 낼수 있었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적에는 큰아이는 장난감 탱크라던가 기차 선물을, 딸 아이는 프라스틱 소꿉장난감을 사주었다. 크리스마스 전날밤에 흥분하여 늦도록 안자고 노는 아이들에게 말 잘 듣고 빨리 자는 착한 아이라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준다며 불을 끄고 일찍 재우면 순순히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머릿맡에 놓인 장난감을 보며 너무나 기뻐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느 해 겨울인가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러 퍼지는 아주 추운 날씨 속에 우리 부부는 세 아이들에게 줄 무언가 선물을 사러 나갔었다. 때마침 길거리 좌판에서 팔고 있는 귀엽게 생긴 똑 같은 세마리의 갈색곰 인형을 사서 각각 나누워 주면서 “얘들아.이게 이제 너희들에게 사주는 마지막 크리스마스 장난감 선물이 될거야!!”^^ 큰아이는 이미 고등학교 학생 딸아이는 중학생 막내가 초등학교 학생일 때이다. 큰아들아이와 둘째 딸 아이는 한참동안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있는 것처럼 믿어서 상당히 오랜 기간 선물을 주는 쏠쏠한 재미를 보게 했었다.그러나 세상이 가르치는지 큰아이와 나이 차이가 일곱살인 막내 아들아이는 이미 산타할아버지가 있지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쇼를 하는것은 무의미 했다. 그 후로는 양말이라던가 장갑등 실생활에 필요한 선물로 대체해서 주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장난감 선물을 사면서 부모인 우리의 마음도 동심으로 돌아가 설레이고 기뻐할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아주 행복했던 시절 !! 지금처럼 엠피3 선물이라던가 비싼 휴대폰 선물등 큰 돈을 안들이고도 충분히 서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요즈음도 길거리를 지나노라면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이 변함없는 캐롤송을 들으면서 그 시절이 요순시절 처럼 간절히 그리워지는 걸 어쩔 수 없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각각 저희들 집에 크리스마스 츄리를 마련해 놓고 옛날에 우리가 그리했듯이 예쁜 장식을 달며 제 아이들과 더불어 그들의 생애에 즐거운 한때를 보낼 것이다. 07년 12월 22일 청초. |

2007.12.22 19:47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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