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내리면 찻집에 앉아 / 김 사랑 -
눈이 내리면
찻집에 앉아 커피 한잔 시켜 마시며
그대를 기다리고 싶다
그대가 오지 않는다 해도
하얀 눈발에 내 그리움을 묻어두고
뜨거운 커피를 입김으로 불어 가며
먹고 사느라 잊혀진 낭만에 대하여
우리의 무덤덤한 사랑에 대하여
지워버린 추억에 대하여
반성문을 쓰고 싶다
사거리 2층 빨간 벽돌 집
수다방이라면 더욱 좋겠지
쌓인 눈을 털며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 온 다면
더욱 좋겠지
하지만 끝내 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카푸치노 거품처럼
뜨거운 심장에서 사그라들겠지
사랑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눈처럼 쌓여가는 그리움을
한방울 물로 녹여 버리는
무한대의 기다림이라는 걸
무쇠처럼 단단해진 심장에선
활활 타들던 불꽃은 시들고
눈가에서 사라진 눈물이여
아, 사랑하는 일이 행복만 하더냐
아, 지나간 날들이 슬프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