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비로 내린 그리움 / 이기은 -
파랗게 얼어버린
가로등 불빛 사이로
상념처럼 하나, 둘 떨어지는 그리움
내려앉을 가랑잎조차 없이
차가운 포도에 내려 아픔처럼
세월의 틈바구니를 열고 한 올 한 올
설움을 꺼내 하염없는 눈물로
가슴을 씻는다.
찾아올 이 아무도 없어
꼭꼭 걸어 잠근 지천명의 가슴
발자국 소리 하나에도 귀 쫑긋 가슴 두근
아니올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
겨울비로 하염없이 적셔지는
무채색 그리움
긴 긴 겨울지나 종달새 등에업혀
고운 봄이 오면
잠든 수채화 붓을 깨워
곱게 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