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하며 사는 우리네 인생사 청초 이용분 삼개월 전에 병원에 한 예약 날자가 하필이면 제일 추운 날에 잡혀 있다. 너무 추운 날씨를 피하고 싶은 생각에 병원 접수부에 예약 날자를 좀 변경 해 보려고 애를 써 봤지만 다시 예약을 하면 3개월 후에라야만 된단다. 그러면 너무 늦어서 안 된다. 잘 아는 담당 의사와 통화를 좀 하게 해 달라고 해도 마침 진료시간중이라 안된다 하여 뜻을 못 이루었다. 바로 하루 전날 변경하려 하니 무리일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겨우 알아 낸 콜택시를 타고 당일 이른 아침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전날은 그렇게 안타깝기만 하던 아는 의사와 통화를 못한게 오히려 잘 된일이 되었다. 인생사라는게 처음에는 꼬이는 듯 하다가도 전화위복이 되어 오히려 그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수가 허다하다. 예전에는 살기가 너무나 각박하여 아들을 여럿 두어 경찰관도 만들고 공짜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기차역 역무원도 만들고 선생도 만들고 판검사도 만들어야 된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은적이 있다. 요사히는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이 생기니 여러 병원에 의사 아들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만 해도 두 아들이 교직에 몸을 담고 있으니 이미 사라진 꿈이다. 그나저나 요즈음은 결혼도 선택이라 안하려는 노처녀 노종각도 너무 많고 기껏 낳아야 한둘이니 누구든 자기가 낳아서 키운 아이들의 능력이나 힘에 의지하여 편리하게 살기는 물건너간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 요사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사람만이 출세도 잘 하고 돈도 잘 벌게 된다는 말들이 오간다. 병원 안과에 갔다 오는 길에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온 딸이 맛 있는 점심 대접을 해 주었다. 게다가 집에 오는 길에 아버지가 좋아 하신다며 마음먹고 미리 사두었다는 훈제 오리고기를 손에 들려 주었다. 오늘 낯 점심에 입맛이 없어 하는 남편을 위해 한 옆에서는 상추를 씼으면서 굽다가 그만 새까맣게 태워 버렸다. 요즈음 가스렌지불은 어찌도 화력이 센지 지켜 보면서도 조금만 한눈을 팔면 그렇게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온 집안이 탄내음으로 가득하고 반타작이 된 고기를 보면서 아까운 생각에 마음이 쓰리다. 예전 우리가 처음 결혼을 하여 어떤 집 떨어진 별체에 세를 살게 되었다. 주인집은 평안도 사람이었는데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위로 고등학교 다니는 큰딸과 아들 아래로 고만 고만한 딸 아이들이 여럿 있는 대가족이었다. 어느 여름 날 주인집 아주머니가 연탄화덕 위에서 큰 양은 솥 하나 가득 지은 아침밥을 내리다가 손이 너무 뜨거워 놓치는 바람에 한 솥 가득한 흰 쌀밥을 맨땅에 그냥 엎어 버렸다. 옆에서 그 광경을 보면서 그 황당함이란 지금도 등어리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60년대 그때는 살기도 엄청 어려운 시절이었다. 한때 나는 사군자를 친 적이 있다. 실컷 연습을 하고 이제 선생님께 낼 마지막 한장 남은 화선지에 이젠 정말 잘 그려야만 되는데 긴장하면 할수록 그만 손이 더 떨려서 그림을 망쳐 버린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먼저 연습을 한것 중에서 골라서 내야만 되었다. 잘 낳으려고 벼르고 난 딸이 언챙이를 낳는다 하였던가 ...긴장해서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실수를 하게 된다. 결혼 축하금 낼때 겉 봉투에 쓰는 축하 글도 잘 쓰려면 공연히 획이 엇나가 버려서 더 망친 글씨가 된다. 이렇게 누구나 실수를 연발하면서 우리네 인생사는 흘러가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고의로 저지르는 큰 일이 아니라면 일설 이러한 사소한 일들에 실수를 하는 사람이 완벽한 사람 보다는 더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가 난다고도 한다. 그래서 이런 말들에 위로가 되어 누구든지 조그만 실수를 저지르면서도 하루하루를 마음에 평화를 가지고 살게 되는게 아닐까.... 08년 2월 1일 청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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