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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3 22:04

어느 덧 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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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덧 입춘...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는 중 T.V.에서 귓결에 들으니 내일이 입춘이란다. 
    날자를 짚어 보니 내일이 벌써 2월 4일, 어느 새 입춘이다. 민속명절도
    몇일 앞으로 바짝 다가와 있다. 이제 우수에 경칩만 지나면 꽁꽁 얼었던
    북쪽의 대동강 어름도 찡 소리를 내며 깨어지면서 풀리고 남쪽 제주도로
    부터는 따스한 바람에 실려서 이땅에 다시 새 봄이 찾아 올것이다.

    겨우내 꼼작을 않다가 두어 달만에 탄천에 나갔다.추운 동안 움추려 들어서
    실외운동을 거의 안했더니 온몸이 뻣뻣해진것만 같다. 엄동설한이라
    한강상류 어떤 저수지의 두껍게 언 어름위에서는 빙어 낚시가 한창이라
    전한다. 이 세상 모든 물이 꽁꽁 얼어 붙었나 하였더니 탄천은 지류를
    빼고는 거의 어름이 얼지 않았던것 같다.

    냇가에 심겨진 버들강아지가 어느새 배시시 피어나서 봄이 이미 와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어름이 녹은 물위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통통하게 살이 오른 흰 오리
    세 마리가 유유히 물 가운데서 유영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가까이서 먹이를 찾다가 내가 다가가자 멀찌감치 가운데로 몸을 피해 도망을 간다.

    지금까지 이곳에는 검은 갈색 야생오리들만이 서식했는데 집 오리들인지 유난히
    흰색이 백조처럼 보여 눈길을 끈다. 집오리라면 무어 먹을 것이라도 주려나 하고
    호기심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 오겠지만 야생에 길든것들인지 슬슬 몸을 피한다.

    해마다 다가 오는 입춘이지만 모르는새 올해는 유난히 빨리 찾아 온것 같다.
    느닷없이 풀숲에서 아주 작은 새 한 무리가 우루루 날아서 도망을 친다.
    참새처럼 생겼으나 몸집이 너무나 작아서 방울새만 하다. 마른 풀속에 숨어서
    풀씨를 쪼아 먹다가 인기척에 놀라 한꺼번에 날아서 도망을 간 것이다.
    그들의 힘찬 비상은 약동하는 봄을 느끼게 아주 날렵하다.

    사방을 둘러보니 맑은 하늘에 어디서 들려 오는지 유난히 윤기가 도는 새의
    지저귐 소리가 찾아 올 봄날을 구가하는듯이 들린다. 양지 바른 둔덕을 드려다
    보았다. 새파란 싹이 지난번에 내렸던 잔설이 녹은 조금은 질척한 땅을 뚫고
    벌써 푸른 잎이 뾰죽하게 돋아 나고 있다.

    작년에 나무 등걸을 휘감고 올라 갔었던 나팔꽃인지 무슨 덩쿨인지 모를 가는
    줄기에 매달린채 시들어서 무참하게 말라 비틀어진 이파리가 눈에 띈다.
    끈질기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사각대면서 바람 결에 시달리는 모양이 유난히
    애처럽다. 그 이파리들은 그렇게 매달린채 한 겨울 모진 날들을 보냈으리라.

    한때는 끝없이 뻗어 올라갈것 같았던 본능으로 큰 희망을 가지고 지난 여름날
    푸르렀을 이 넝쿨들의 말로를 눈앞에 보면서 마음이 언짢아졌다.
    무릇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러하지 아니한가...
    쌀쌀한 봄 바람결에도 그 나무 아래에는 이미 봄의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지류를 흐르는 어름구멍에서는 모처럼 상큼하게 풀린 날씨에 신명이 난것처럼
    어름이 녹은 맑은 물이 유난히 졸졸졸 소리를 내면서 흘러 내리고 있다.
    사진을 찍느라 풀숲에 들어 갔을 때 붙어 왔는지 바짓가랑이에는 삐죽삐죽한
    도깨비 풀 씨앗이 닥지닥지 붙어 있었다.

                                              08년 2월 3일 청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