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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고미와 막동… 역시 청춘은 청춘이었다. 자,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제대로 준비 없이 치른 거사는 꼭 뒤탈이 나는 법! 그랬다. 고미가 임신을 한 것이다.

“저기… 막동아, 나…있잖아.”
“응, 왜 그래 우리 귀염둥이.”
저기나 화장실을 갔는데....
화장실? 우리 자기 변비구나? 가만있어 봐라. 내가 이번에 나가서 안나오면 쳐들어 간다 야쿠르트라도 몇 개 사올 테니까...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면?
저기…내가 마술이...........
마술? 마술이 왜? 아…우리 자기 매직 데이구나?
아니 그게…매직데이가 안 와.”
뭐?
내가 좀 불규칙적이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테스터기로 확인 해봤는데...
해봤는데?
빨간 줄이 두개야.”


막동이 인생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순간이었다.

자기야…어쩌지? 그냥 낳을까?
......................


궁녀가 외간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황! 막동이는 말 그대로 막장인생이 된 것이다. 불행은 연달아 온다던가? 이들이 서로 눈이 맞았고, 궁궐 안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다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소문이 궁궐 앞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들이 아무리 은밀히 행동했다곤 하지만, 궁궐 안의 눈이 몇 개이던가? 꼬리가 밟혔던 것이다. 궁궐 안이 발칵 뒤집혀진 건 당연했다.

“죄인 막동과 고미를 당장 하옥하라!”

세종대왕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이 오냐오냐 하니까, 누굴 오재미로 아나. 궁녀가 별사옹이랑 눈이 맞아서 임신을 해? 이것들이 이제 아주 막 나가는구만? 야! 네들이 보기에도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냐? 엉?”

“................ ”

세종의 말에 조정 대신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색희들 저거 미친 것들 아냐?”
“애들도 참…눈 맞은 것까지도 이해한다 이거야. 근데 왜 하필 지금이냐고…색희들 분위기 파악도 더럽게 못해요.”
“정분났는데, 분위기가 보이겠어? 그냥 아무생각 없이 붙어먹은 거지…못돼 먹은 년 놈들…”


그랬다. 당시의 분위기…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궁녀가 외간 남자와 통간을 했다는 건 이미 목을 내놓은 행동이지만, 분위기가 묘할 때 벌인 일이기에 가중처벌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 묘한 분위기는 바로 세종 5년이라는 시기적 미묘함에서 시작되었다. 전격적으로 폐세자가 된 양녕대군을 대신해 태종은 충녕대군을 왕위에 올린다(세자책봉을 시키자마자 왕위에 올린 격이었다). 그런 다음 태종은 상왕에 올라 느긋이 세종을 관리 감독했으니, 일종의 인턴 쉽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태종은 저 세상으로 떠나게 된다. 세종 재위 5년차는 세종의 친정을 시작한 시점이자, 초보왕 세종이 조심스럽게 간을 보던 시기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난데없이 튀어나온 막동이과 고미의 막장 플레이는 가뜩이나 몸을 사리던 세종에게는 불쾌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더 볼 거 없어! 이건 궁궐 안의 재물을 도적질 한 죄와 같다. 어떻게 왕의 여자를 훔쳐? 두 년 놈들 목을 잘라버려라!”
“저기…전하, 전하가 화내시는 건 이해가 가는데…의학적으로 살짝 문제가 좀 있는데요…”
“뭔 문제?”
“여자애가 임신을 했답니다.”
“어쭈, 이제 아주 골고루 세트메뉴로 사고를 치는구만? 궁녀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이젠 애까지 배게 했다? 완전 막장인생이구만…”
“뭐 걔들이 막장인생인건 저도 인정하지만, 법적, 의학적,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좀 있어서요. 원래 임신한 여자가 죄를 지으면, 그 죄가 사형에 해당한다 해도 일단 애를 낳고, 산후조리랑 수유기간 100일을 준 다음에 처형시키는 게 법이라서…”
“그래서?”
“일단 애는 낳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씨가 다르다 하더라도…애가 무슨 죄가 있겠슴까? 게다가 국가시책으로다가 출산을 장려하는 마당에 이미 뱃속에 있는 애까지 죽이는 건 좀…”
“알았다. 알았으니까, 고미 걔가 애 낳은 다음 딱 100일 지나서 죽여라. 그럼 됐지?”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고미는 집행유예기간을 받게 되었고, 애를 낳은 지 100일 뒤에 깔끔하게 교수형을 당하게 된다. 아무리 성군이라지만, 역시 남자는 남자였던 것일까? 그러나 세종의 분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과연 왕의 여자들은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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