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분명히 손에 들고 있었는데 어디로 빠져 나갔지.... 슈퍼마켓에 들러 콩나물을 사려고 오백원짜리 동전을 분명히 손에 들고 있었다. 판매대 위에서 알이 작은 햇감자를 보는 순간 감자 조림도 해 봐야겠네 .... 먹을 식구가 작은 터라 소량이 담긴 비닐봉지를 고르는 동안 스르르 빠져서 감자 더미 속으로 들어가 버렸는지 손안에서 그 동전이 사라저 버린게 아닌가. 쌓여 있는 감자 사이를 이리저리 한참 뒤적이며 찾다가 혹시 무의식 중에 빽속에 도루 넣었을 수도 있으니까 하고 그냥 포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 왔었다. 그러나 밤에 가방을 이리저리 아무리 뒤져봐도 동전은 보이지 않는다. 에그 ! 쓴 셈치고 그만 잊어 버리자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써 버린 돈과 잃어 버린 돈은 기분이 다르다. 손의 감촉이 무뎌졌나... 몇푼 안되는 액수인데 아쉬운 마음에다 찜찜하기 조차 하다. 더군다나 아침나절 집을 나설때 진료비로 잔돈을 찾는 나에게 남편이 들려 준 동전이었다. 최근 무단히 다리 오금이 당기고 허리가 아파서 집에 오는 길에 정형외고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으려 했었다. 저녁 나절이 되니 흐지부지 괜찮아졌기에 병원행을 그만 두는 바람에 진료비 1500원을 안쓰게 되어서 수중에 남게 된 오백원짜리 동전이었다. 그렇게 잊혀진 채 몇일이 지나갔다. 결국 오늘 정형외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 오는 길에 같은 슈퍼에 다시 들르게 되었다. 평소 눈에 익은 여자 점원에게 지나는 말로 건성 “나 몇일 전에 이 감자더미 위에서 오백원짜리 동전을 잃어 버렸잖아요^^” 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 점원 말이 선듯 “아 ! 제가 그 오백원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 지배인이 주운거라며 제게 주면서 과자나 사먹으라”고 했다면서 내게 그 오백원짜리 동전을 내 미는게 아닌가.!! 으째 이런일이...!! 요새도 이렇게 정직한 사람들이 있었나? 우리는 요즈음 메스컴을 통해서 안 좋은일, 험하고 공포스럽고 살벌한 이야기 들만 듣고 보면서 살고 있다. 어떤 때는 정말 귀를 막고 눈으로 보고 싶지 않은 괴로운 일들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산뜻하고 유쾌하게 만드는 일을 겪게 되다니...신선한 충격이다, 그녀는 사십대 초반 요즈음 젊은이답지 않게 검소한 차림에 친근한 매너를 가진 여인이다.규모가 작고 덜 붐빈데다가 어떤 물건은 상대적으로 좀 싸 기도 한 그 마켓에 갈때마다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아 주기에 평소 물건을 고르면서 스스럼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워 왔었던 사이다. 시골 집 시집살이에서 상경한지가 얼마 안된 두아이의 아기 엄마라고 한다. 시집에서는 시부모님께 하루 세끼를 매번 따뜻한 식사를 지어서 봉양 하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 고객에 대한 배려도 깊어 물건을 살때 종종 자문을 구하기도 했었다.여자라면 누구나 꺼려하는 시집살이가 인생살이에 서투른 젊은이 에게는 인격을 다시 고루 갖추게 하는 정 코스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 그런데 이런 정직성까지 지니고 있다니... 물론 정직성이야 원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갗추어야 되는 기본적인 덕목이긴 하다. 하지만 요새 같은 세상에서 이런 푼돈 쯤이야 무시할수도 있었으련만... 정말 요즈음 세태에 물들지 않은 순후한 사람이다.그 슬하에서 크는 자녀들도 이런 엄마를 가저서 품성이 올곧고 착하게 잘 자라겠구나.... 진흙 속에서 작은 보물을 찾은 양 오늘은 기분이 너무나 가볍다. 오백원이 지닌 가치 이상으로 마음속에 더 귀한 것을 느끼게 한 날이다. 우리 사회가 예전처럼 이런 작은 선의로 가득찬 선량한 사람들로 채워 진다면 우리들이 사는 이 세상은 얼마나 밝고 따뜻해 질까 ... 하는 생각을 해 본다. 08년 3월 29일 청초. (진달래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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