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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동(莫同)과 고미(古未)의 잘못된 만남은 죽음으로 끝이 났다. 막동도 고미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궁녀의 신분으로 왕이 아닌 다른 남자를 품에 안는 다는 것, 왕이 아닌 남자가 궁녀를 안는다는 것은 상당한 ‘각오’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그래도 이들은 원 없이 사랑을 했고, 후회 없는 생을 살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일반 커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했지 않은가? 적어도 지금 소개할 커플보다는 행복했을 것이다.

때는 세종 7년(1425년) 12월의 일이었다.

“전하…망극하옵니다만…”
“망극하면, 말하지 마. 가뜩이나 골치 아픈데…웬만하면 그냥 넘어가자. 응?”
“그게 저기…웬만한 일이 아닌 듯싶어서.”
“휴…이번엔 또 뭔데?”
“저기…궁녀 내은이(內隱伊)가…”
“응? 내은이가 왜? 걔 나름 착실한 앤데…가만, 지금 궁녀가 또 사고를 쳤다는…뭐 그런 말은 아니겠지?”
“맞습니다.”
“.....................”
“내은이가 남자랑 눈이 맞아서…”
“이것들이 단체로 소개팅을 나간 거야, 아님 결혼 업체에 가입한 거야? 심심하면, 남자랑 눈 맞고…지금 뭐하자는 플레이야? 걔도 임신 했냐? 애 아빠는 누구야?”
“전하,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이 내은이 걔가 임신은 안했습니다. 아니 임신을 할 수가 없는 처지라서…”
“왜? 불임이야?”
“그게 아니라…걔 파트너가 고자랍니다.”
“고…자?”
“내시란 소리죠.”
⊙⊙!


충격을 먹은 세종. 이제 하다하다 안되니까, 내시랑 눈이 맞는 모습까지 봐야 한다니…여기서 잠깐 내시와 궁녀들의 특수한 관계에 대해 설명을 해야겠는데, 당시 궁녀들과 내시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커플들이 꽤 있었다. 이들은 서로 죽을 때까지 서로의 배필이 되겠다며, 비밀 결혼을 한 이들도 있었다. 그럼 성관계는?

“사람이 동물도 아니고, 꼭 그걸 목적으로 해야겠냐? 그리고 내시들 중에는 가정을 이룬 애들도 많은데, 걔들은 그럼 호구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잖아. 우리의 사랑은 육체로 말하는 에로스적 사랑이 아니라, 정신적 사랑! 바로 플라토닉 러브라고!”

내시와 궁녀들은 그렇게 정신적인 사랑(?)을 부르짖으며, 몰래 밀애를 즐겼던 것이다. 신체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는 내시와 왕에게 구속되어 있는 궁녀들의 잘못된 만남! 커플로 보기에는 약간 부족한 감이 있어 보이는 이 조합은 그 ‘부족한 2%’가 커플 성패의 키워드였다. 둘 다 일반적인 성인남녀로 보기에는 부족한 뭔가가 있었던 그들…더구나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 불리는 대궐 담 아래에서 생활해야 했던 이들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들의 부모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궁궐 안이 아니라 궁궐 밖 장터나 물레방앗간에서 만났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가난 때문에 어린 나이에 부모 손에 이끌려 궁에 들어가야 했던 이들에게는 공통된 아픔도 같이 공유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다시 내은이(內隱伊)에게 집중해 보자.

“손생(孫生)아…난 너밖에 없어.”
“내은아…나도 너 밖에 없어. 우리 지금은 내시와 궁녀로 만났지만, 다음 세상에는…”
“다음 세상은 다음에 태어났을 때 생각하고, 지금은 이 순간에 충실하자.”
“내은아!”
“손생아!”


내시 손생(孫生)과 궁녀 내은이(內隱伊)는 그렇게 눈이 맞았다. 뭐, 눈이 맞았다고 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도 아니고(애초에 넘을 수가 없었지만), 궁궐 사정에 정통한 이들이었기에 걸릴 확률도 낮았다.

“사내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꼭 이렇게 숨어서 만나야 해?”
“사내 연애면 잘리는 걸로 끝나겠지만, 우린 걸리면 목이 잘려 나가잖아!”
“아…글쿠나. 하긴 뭐 이렇게 몰래 만나는 것도 나름 스릴 있어서 괜찮네. 긴장 타는 것도 습관이 되니까 적응할 만 하고.”
“그래, 우리가 뭐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 넘지 말아야 할 선도 넘지 않았고…”
“우리가 넘을 수나 있겠어?”
“…지금 나 고자라고 무시하는 거지 그렇지?”
“아…아니야 손생아! 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 정말이야…징그럽고, 음음 난 이런 플라토닉한 게 더 좋아!”

이들 ‘2% 부족한 커플’들은 그 부족함 2%와 다년간 체득한 궁궐생활의 노하우를 활용해 주변 시선을 피해가며,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평온함은 그들에게 ‘모험’을 부추기게 하였으니…

“내은아…우리 결혼할까?”
“결혼?”
“그래, 결혼…평생 서로만 바라보며 살겠다고, 맹세하는 거야.”
“결혼은 좀 그렇지 않을까? 호적상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부조도 받을 수 없는데…”
“뭐 결혼이 부담스러우면, 우리끼리 언약식이라도 할까? 내은이는 내 여자다. 손생이는 내은이 남자다. 이렇게 말야.”
“언약식?”
“그래! 우리 사랑 영원하자고, 서로 약속하는 거야!”


난데없는 언약식 제의…이 언약식은 이 ‘2% 부족한 커플’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오는데…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우끼는 야그는 계속 -->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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