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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1 02:02

돗자리 장사

조회 수 1666 추천 수 10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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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꽃)
    돗자리 장사
    그 녀는 어떤 때는 강화도 돗자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팔기도 한다.
    가을이면 전라도 시골 어디엔가 있다는 고향에서 추수해 갖어 왔다면서 길에서
    만나면 느닷 없이 "쌀 좀 사라" 고 조르기도 하여 아주 난감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어찌보면 어리숙하고 좀 모자라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여서 매번 응대하기에는
    좀 곤란한 초로의 늙스그레한 아주머니다.
    그 녀의 어머니도 예전 아파트가 흔치 않던 시절 이곳 근처 작은 아파트 앞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행길 가에 앉아서 과일 행상을 했었다.

    젊은 날 내가 보았던 영화 속 그 당시 세기의 연인이였던 잉그릿버그만과 게리쿠퍼가
    주연을 했었던'누구를 위하여 鍾은 울리나'에 나오는 늙은 짚시 여자 유격대장 처럼
    거칠은 인상아다. 두볼에 광대 뼈까지 툭 튀어나와서 참으로 억세게도 생겼었다.

    게다가 추운 날씨에 허름하고 엉성한 차림위에 허리에는 목도리 같은걸로 질끈 매었다.
    머리에도 뜨뜻 해보이기는 하지만 터번처럼 무엇인가를 두르고 어찌보면 짚시 여인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차림으로 앉아서 사과 궷짝 위에는 항상 국광중에서도 열과
    로 껍질이 터진 헐직한 사과를 늘어 놓고는
    “싸고 맛있는 사과 좀 사가시오” 하고 호객을 하는통에 인상에 남았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녀의 어머니였다.
    차림새에 있어서도 모녀가 너무나 똑 같다. 어찌보면 인디안 추장 마누라 같기도
    하게 겹겹이 끼어 입은 복잡한 옷과 머리에 쓴 너저분한 머리수건 때문에 건성
    인상으로 보노라면 걸인 같기도 한 차림이다.얼굴색은 울그락 불그락하니 추운날
    길에서 살갗이 얼어서인지 마치 낮술에 취한 듯 항상 불콰하니 본래의 낯빛을
    분별하기가 어려웠다.

    서울에 상주하면서도 그처럼 텁수륵하게 차리고 다니는 것이다.그 당시는 어수륵한
    차림의 할머니들이 시골에서 왔는데 딸네집에 주려고 갖어 왔다가 길을 잃어 버려서
    노잣돈을 한다며 가짜 꿀을 진짜라며 팔며 다니던 시절이다.
    소쿠리에 체등을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파는게 유행하던 시절이다.그도 갖 상경한
    시골사람 행세를 하며 장사를 하려고 그리 차리고 다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머니와 딸은 서로 팔자가 닮는 다던가.
    그리 엉성긎은 어머니는 그녀와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 어머니는 때때로 골목
    길에서 그울린 양은 솥을 걸고 사과궷짝을 부셔서 때면서 나는 매운연기를 맡으면서
    밥을 짓기도 하였다. 알고 보니 그 녀의 남편은 시골에서 다른 여자와 살고 본 집에
    서 밀려나 자그마한 연립주택에 살면서 닥치는 대로 장사를 하며 사는 모양이었다.

    때때로 다 큰 자식들이 찾아 오는데 그 와중에 출가한 딸도 어머니에게 심심치 않게
    손을 내민다고 이웃이 전한다.어쩌다 찾아 온 아들도 울산에서 대기업회사에 다닌다며
    자랑을 하지만 역시 제 살기에 바빠서 고생을 하며 사는 어머니는 내 몰라라 전혀 돌
    보지 않는것은 물론 급하면 찾아와서 손을 내미는 것 처럼 보였다.

    골목에서 만날때마다 입버릇 처럼 여름이면 한결같이 “돗자리 좀 사시오 잉 ”
    전라도 사투리로 하도 보채기에 한번은 강화도 돗자리를 사주려 마음먹고 마땅한 물건
    을 갖어 와 보라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제일 큰 돗자리를 머리에 이고 우리 집에 찾아 왔다.

    안방으로 들어오게 하여 돈을 치르기 전에 차라도 한잔 대접 하려고 부엌으로 들어
    갔는데 이 아주머니가 부리낳게 부엌으로 쫓아 나오는게 아닌가...의아한 내가
    “왜 앉아 계시지 부엌에는 쫓아 나오십니까?^^” 하고 물었다.

    “아, 예. 주인이 없는 안방에 앉아 있으면 오해 받을 일이 생기기 십상이니까요.”
    나는 내심 깜짝 놀랬다. 저리 허슬하게 차리고 행상을 하면서 다녀도 남에게 오해
    받거나 폐가 되는 일은 하지않는구나...

    그 무렵 내가 아는 어떤 친구의 이야기다. 마침 오랜만에 놀려온 그의 친구를 대접
    하려고 부엌으로 차를 끓이러 간 사이 옷 장안에 두었던 패물을 몽땅 뒤져 훔쳐 간
    것을 그 친구가 간 다음에 알게 되었지만 보지 못했으니 지목할수도 없고...
    그냥 도둑을 맞았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은 터라 고개가 끄덕여 졌다.

    그후 그녀가 아무리 허름한 차림에 하찮은 장사를 하고 다녀도 그녀의 속 심지는
    바르고 곧다는 생각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녀는 집에서는 아주 먼 신촌 버스
    정류장에서 어줍잖은 물건과 야채를 벌려 놓고 장사를 하기도 하며 열심히 살아 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는 십여년이 훌쩍 지나버린 전에 살던 곳에서 생긴 이야기다.
    지금 쯤 그 녀는 어떤 모양새로 살고 있을런지... 궁금하다.                                 

                                            08년 4월 11일 청초.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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