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에서 돌아 오는 길이다. 앞에 어떤 여인이 애완견이라 말하기에는 정말로 못생기고 초라한 까만 강아지 한 마리를 끌고 간다. 마침 그 길로 그녀와 나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어 가게 되었다. 자연히 강아지에게 관심이 갔다. “그렇게 강아지가 예쁘세요?” “그럼요. 나는 얘가 말 벗이자 친구이고 무어라 말 할수 없어요. 나의 남편은 그럴려면은 아이 하나를 입양해서 키우라고 하는데 아이는 책임이 따르잖아요.“ 나는 마음속으로 이들 부부는 아기가 없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걷다가 보니 힘도 들고 마침 길가에 빈 벤치가 있어서 함께 쉬게 되었다. “자제는 없으세요?” “아니요. 다들 학교와 직장에 다니니 하루 왼종일 얘와 말도 하고 벗을 하지요.“ “아니 개를 쳐다 보고 얘기를 해요?” “그럼요. 얼마나 말 벗이 된다구요.그렇지? ” 강아지를 빤히 드려다 보며 동의를 구한다. 그제사 강아지를 유심히 드려다 보니 새까만 털에 까만 눈동자. 짧게 대강 들죽날죽 깍은 털, 요즘 그흔한 강아지 옷도 걸치지 못했다.마치 까만 염소를 보는 듯 너무나 못 생겼다. 그러나 그녀는 강아지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연신 머리를 쓰다듬고 아기 어르듯 내가 보는 앞에서도 유난스롭다 싶게 난리다. “털을 손수 컷트 해 주셨어요? 요 앞길에 보니 개 전용 미장원차가 항시 서 있던데...” 이곳 큰 길가에는 사람이 타는 버스 못지 않은 호화 개 전용버스가 서 있는걸 보았었다. 그 안에는 푸들이니 나는 이름도 모를 서양 개.우리가 평소 애견쇼 에서나 보았던 富티 나는 개들이 떡 하니 귀족처럼 타고 있었다. 참 별난 세상이다. 그 옛날 황실 개도 아닌 보통집 개들이 사람 못지않게 저리 호강들을 할수 있을까... “개 이름은 뭐에요? ” “똘똘이에요. 십삼년쯤 되었어요.” 어쩜 우리가 마당이 있는 집에 살때 마지막으로 키웠던 스피츠 개 이름과 똑같다. 개의 수명은 15년 정도 된다고 한다. 그 정도 오래 키우니 주인이 들어 오거나 나가도 내다 보지도 않고 앞발 위에 턱을 떡 괴고 눈만 멀뚱멀뚱 굴리며 전혀 관심 밖이다. “개와의 이별도 아주 힘들어요. 사람과 똑 같거든요. 앞으로 힘 드시겠어요.” “얘는 제 명껏 살게 두어야지요.” 그래도 언젠가는 제 명이 다할 날이 올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어찌될지 알수가 없다. 그런 마음은 어디로 가고 그냥 길에 방치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언제인가 이태리 여행을 갔을때 베스비오 화산이 폭발한 유적지에 간적이 있다. 그 유적지 입구 바로 앞에 몸집이 큰 누런 개들이 질펀히 누워 있었다. 그런데 앞앞이 기다란 빵 조각이 놓여 있다. 이런 곳에 웬 개들이 저리 있는걸까. 묘역을 지키는 개인가 했다. 알고 보니 키우던 개들이 귀찮아진 개 주인들이 차에 싣고 여행을 왔다가 버리고 간 개라고 한다. 이를 불상히 여긴 관광객들이 던져준 빵 조각으로 연명을 한다고 한다. 생전 보지도 못한 관광객들에게 마치 아부하듯 살레살레 꼬리를 흔들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젊은 사람들이 개에게 예쁜 옷을 호사스럽게 해 입혀 가지고 길 한가운 데에 서서 마치 서로 사람 애기 키우는 얘기하듯 수다를 떠는 것을 보면 못 마땅한 생각이 들었었다. 아기는 낳아서 키우기는 싫고 어린이들이나 가지고 놀 강아지를 어른들이 가지고 놀며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대인은 누구나 외롭다. 살기 편해진 대신 누구 하나 마음을 터 놓고 편하게 대화를 할 상대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만만한 강아지를 키우는게 아닐까... 적적한 노인이나 환자에게는 많은 위안이 된다니 긍정적인 면도 많은 걸로 안다. 어쩐지 이 사람은 정말 필요해서 키우는 느낌이다. “솔찍히 말해도 되나...^^ 되게 못생겼는데 어떻게 그렇게 예뻐하시다니... 행복하게 지나세요.^^ ㅎㅎㅎ” “괜찮아요, 우리 친정 어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셔요.ㅎㅎㅎ” 유쾌하게 웃는다. “그런데 한 마리 키워 보세요.“ “아뇨, 우리는 남편이 너무 싫어 해요.” “그러면 할수 없네요. 건강하세요.” 앞으로도 그 녀가 그 못난 강아지와 여전히 즐거운 날들로 채워지기를 바랬다. 08년 5월 1일 청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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