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8.05.13 18:46

어버이 날과 외갓 집

조회 수 861 추천 수 6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어버이 날과 외갓 집


    산 모롱이를 돌아서면 저 아래 아늑한 초가집 동리가 안겨 있는 곳이다.
    뒷 산에는 밤나무 숲이 욱어지고 감나무도 한 두그루 서 있다. 담 안쪽
    뒷뜰에는 고염나무도 한 구루 서 있다. 앞쪽에는 시야가 탁 트인 논밭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그 앞에 자그마한 시냇물이라도 졸졸 흐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자고로 외갓집은 이런 곳에 있어야 될 터인데....
    앞서 쓴 글은 그 옛날 어릴적 나의 외갓 집을 그린 풍경이다.

    어버이 날이라고 서울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딸과 사위가 우리를 보러 왔다.
    제 가끔 카네이션 꽃을 가슴에 달아 주고 빨간 카네이션꽃 화분을 손에 들려
    준다. 자연스레 외 손주 손녀를 데리고 왔다. 외갓 집이라고 하지만 우리 집은
    집 평수만 좀 클뿐 그 애들 집 처럼 역시 아파트다.

    우리가 먼저 살던 집만 해도 마당에는 요즈음 야생화 꽃들이 때 마춰 피고
    벌과 나비도 항상 어디선가 날아 들었다. 담 한켠에 서 있는 앵두나무의
    열매들도 지금 쯤이면 차차 영글어 가고 있을 것이다. 감 꽃들도 잔뜩 피었다가
    떨어 지긴 하지만 올 해 감이 얼마큼이나 열리려나 가눔을 할수 있었겠지...

    한편 이맘 때면 앞집 높은 기와지붕 처마 끝에 올해 새로 태어난 어린 참새들의
    지저귐이 요란 했을 것이다. 어뗳게든 어미에게서 먹이를 먼저 얻어 먹으러고
    그러는 것이다. 자연히 아이들은 호기심에 마당으로 나가서 예쁘게 피어 있는
    들꽃도 보고 훨훨 나는 나비도 보았을 것이다. 맨 땅에 무리지어 오가는 개미들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를 조금은 알게 되었으련만 ... 외손주 녀석은 외갓집에 와서도
    역시 컴퓨터 게임에 빠질수 밖에 없음에 마음이 언짢다.

    그러찮아도 과외 공부니 해서 놀이 터에서 만날 친구들도 없는게 요즈음 세태이다.
    아이가 나가도 함께 놀 친구들이 나와 있지를 않으니 친구와의 교류도 힘이 든다.
    고등학교 공부에 지친 외 손녀가 못처럼 함께 온 외갓집이지만 역시 아이스크림에
    핏자등 제 집에서 노상 먹던 간식들을 줄수 밖에 좀 색다른게 별로 없다.

    맑은 개울 물에 바지를 걷어 붙혀 발을 담구고 가재 송사리라도 잡는 다던가 ....
    시골스럽게 좀 조악하더라도 보리 밥에, 풋고추 숭숭 썰어 넣고 끓인 짭짜름한
    깡 된장을 찐 연한 호박 잎에 얹어서 먹어 본다던가... 밭에서 갖 따온 옥수수나
    감자를 쪄서 준다던가 무엇이라도 좀 색다른게 있어야 추억에 남을 터인데....
    (하기사 햇 옥수수가 나오기에는 좀 이른 계절이긴 하다.)

    서로 힘도 부치고 번거러워서 점심은 음식점에 가서 외식으로 사 주었다.
    저들이 좋아 하는 요리들을 사서 주니 아주 좋아한다. 하기사 어버이 날이라고
    나의 아이들이 사준 점심이기도 하다.

    사람은 모쪼록 좋은 유년시절을 지내야 한다. 그래야 가슴 속에 풍요로운 곳간을
    지닌것 처럼 생각이 여유럽게 될터인데... 항시 자연의 그 아름다운 정경들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어서 자기도 모르는 새 마음을 유하게 하고 너그럽게도 한다.
    마치 농촌 출신 사람들이 무던 하듯이...
    살다가 어떤 괴로움에 닦칠 때라도 온유한 마음으로 처신을 잘 하게 되고 고통도
    잘 치유가 된다고 본다.

    딸이 우리를 위해 빨간 카네이선 꽃 화분을 살때 손자 녀석이 저도 사달라고
    졸라서 함께 샀다는 제것 빨간 백일홍 화분을 잊지 않고 저희 집에 들고 갔다.
    그 외손자는 남자 아이답지 않게 꽃 가꾸기를 아주 좋아 한다.

    초등학교 삼학년이었던 이 삼년 전에 다니러 왔을때 주었던 몇년 묶은 하와이
    무궁화 꽃씨도 심어서 열심히 물을 주고 싹을 틔워서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 손주들 생각에 나의 집이 시골이 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접을수가 없다.

                                             08년 어버이 날에. 청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97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이기철 김 혁 2008.05.22 677
1896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또 폭로를 했다 2 이웅진 2008.05.21 768
1895 24 시간 2 미강 2008.05.20 808
1894 행복을 얻기 위한 기다림 김 혁 2008.05.19 776
1893 팬지 꽃 2 이용분 2008.05.17 897
1892 사랑이라는 것은 / 최태선 김 혁 2008.05.17 746
1891 희망이라는 것 / 김현승 김 혁 2008.05.16 756
1890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 송해월 김 혁 2008.05.15 701
1889 마음이 마음을 만날 때 김 혁 2008.05.15 654
1888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아름답다 김 혁 2008.05.13 654
1887 하늘 같은 사람 / 법정스님 김 혁 2008.05.13 753
1886 내안에 그대에게 박현숙 2008.05.13 665
» 어버이 날과 외갓 집 이용분 2008.05.13 861
1884 삶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 김 혁 2008.05.13 666
1883 예술의 마을 쏘살리토 가는길 미강 2008.05.13 752
1882 삶은 고달파도 추억은 아름답다 / 우심 안국훈 김 혁 2008.05.10 768
1881 사랑이라는 이름의 당신 / 雪花 박현희 김 혁 2008.05.10 716
1880 *카네이션 꽃바구니는 어째 하나일까* 이용분 2008.05.10 844
1879 사랑합니다... 내 어머니, 아버지 !!! 김 혁 2008.05.08 613
1878 사랑은 줄수록 아름답습니다 김 혁 2008.05.08 568
Board Pagination Prev 1 ... 259 260 261 262 263 264 265 266 267 268 ... 358 Next
/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