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지 꽃 어느 새 새봄은 저만치 달아나 버린 모양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집 뒷쪽에 있는 초등학교 담장 위에 피어난 새 하얀 찔례꽃들이 시들어 버렸다. 무얼하며 지내느라고 그랬는지 잠시 눈길을 주지 못한 사이에.... 집으로 돌아 가는 경사진 길몫 한옆에 벽돌로 쌓아 네모 나게 만들고 흙을 채워 넣은 조금 높은 간이 화단이 있다. 그 곳에 몇 사람의 여인들이 우루루 허리를 굽히고 엎드려 있다. 도대체 무얼 하나 쳐다 보았다. 한 옆에 감독인가 싶은 중년의 남자의 지휘 아래 그 곳에 새로이 꽃을 갈아 심는 중이었다. 아니 이 꽃이라면 올 봄에 새로 심은 팬지 종류의 꽃으로 미처 사랑 땜도 못한 꽃이었는데.... 이번 봄에 심은 꽃이 그 곳에 피어 있느니 하며 생각하는 사이 찔레꽃 마찬가 지로 이번에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바꾸어 내어 버린다. 어인 일일까 미처 묻기도 전에 이미 뽑혀서 한 옆에 치워 놓인 채 시들은 그 꽃들이 애처럽게만 느껴진다. “아저씨,이 꽃은 버리실건가요? 버리는 거라면 좀 갖어다 집에 심고 보려고요.^^ ” “예, 다른데 쓸 겁니다.” 하릴없이 저만치 가려는데 그 사람이 나를 부른다. “몇개 필요 하신가요?” 나는 다가가서 얼른 “ 두어개 주시면 되요.“ ”그럼 골라 가 보세요.“꽃을 드려다 보니 까만 비닐화분에서 뽑아 냈던 그대로이다. 씨앗을 심을 때의 흙이 바싹 마른 채 돌처럼 딱딱하게 뭉쳐서 붙어 있다. 실 뿌리도 미처 뻗어 보지 못한채 그대로 줄기만 길게 웃 자랐다. 이래서 바꾸던 참 인가.... 조심스레 고르다 보니 가녀린 줄기가 한심하여 집에 가면 제대로 살기나 할는지...? 원래 팬지꽃 줄기는 연하고 약하다. 게다가 뽑아 낼적에 잡아 당긴 탓인지 간들간들 줄기가 딱딱한 흙덩이에 겨우 매달려 있다. 다른 데 갖어다 쓴다 하니 함부로 고를수도 없고. 그래도 이왕에 말을 꺼내 버렸으니 용기를 내어 다시 “아저씨 한 뿌리만 더 갖어 가면 안될까요? 어째 시원찮은게 살것 같지가 않군요...^^ ” 했더니 이번에는 자기 스스로 “이게 예쁘네요“ 하면서 알록 달록한 다른 것을 하나 더 꼴라 준다. “우리 남편이 꽃을 무척 좋아해서... 이제 집에서 소일삼아 꽃을 열심히 키우거든요.^^ 고맙기도 하고 갑자기 겸연쩍기도 해서 이렇게 수인사를 건네고 맨 뿌리가 들어난 꽃을 그대로 들고 황급히 온다. 마치 어항의 고기를 옮길 때 잠시라도 물을 떠나면 그 고기가 금새 죽기라도 할까봐 조바심 하듯이.... 집에 있는 비좁은 스트로폼 상자를 비집고 한 옆에 겨우 입실을 시켰다. 그 곳에는 이미 작년에 피어서 시들은 별꽃 뿌리를 버리지 않고 흙이 담긴 스트로폼 상자에 심어서 겨우내 잘 간수 했더니 진분홍색 별꽃들이 총총이 곱게 피어 있다. 화분에서와는 달리 맨땅에서 처럼 가지를 뻗으며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낸다. 분홍색 사이에 보라색과 알록 달록한 보라색 팬지가 섞이니 배색이 예쁘다. 이 꽃은 일년초일까? 몇년이라도 사는 숙근초(宿根草)일까? 요즈음은 꽃밭에서 꽃씨를 받아 심고 키우는 세월이 아니니 꽃의 성질을 알수가 없다. 거실에 있는 커다란 도자기 항아리에 꽂혀 있는 흑장미색 연분홍색 흰색의 프라스틱 장미꽃은 물도 안주고 몇 년이 가도 시들지도 않고 고운 색과 모양을 그냥 지니고 있다. 비록 장미처럼 아름답지도 않은 가녀린 꽃이지만 생명을 지닌 것이기에 십중 팔구는 버려질 듯 싶었던 몇 포기의 꽃을 구제한 기분이다. 꽃을 키우는 농민들이 추운 겨울 비싼 기름을 때서 실내 온도를 마추면서 애지중지 자기아기 보살피듯이 키웠을 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쳐 다 피워 보지도 못하고 그냥 마구 파서 버려진다면 그 정성도 아깝고 우리들이 낸 세금도 너무나 아깝다.(그래서 뒷 탈이라도 생길까 봐 그 사람이 다른 데 쓴다고 한건 아닐까... 그럴려면은 그냥 거기서 피도록 곱게 둘 일이지 왜 비싼 인건비를 들여 가며 옮긴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갑자기 생긴다. ) 오월의 밝은 햇살을 받으며 그 가녀린 꽃이 별꽃처럼 잘 피어 나기를 마음으로 염원 해 본다. 08년 5월 어느날 청초.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897 |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이기철 | 김 혁 | 2008.05.22 | 677 |
1896 |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또 폭로를 했다 2 | 이웅진 | 2008.05.21 | 768 |
1895 | 24 시간 2 | 미강 | 2008.05.20 | 808 |
1894 | 행복을 얻기 위한 기다림 | 김 혁 | 2008.05.19 | 776 |
» | 팬지 꽃 2 | 이용분 | 2008.05.17 | 897 |
1892 | 사랑이라는 것은 / 최태선 | 김 혁 | 2008.05.17 | 746 |
1891 | 희망이라는 것 / 김현승 | 김 혁 | 2008.05.16 | 756 |
1890 |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 송해월 | 김 혁 | 2008.05.15 | 701 |
1889 | 마음이 마음을 만날 때 | 김 혁 | 2008.05.15 | 654 |
1888 |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아름답다 | 김 혁 | 2008.05.13 | 654 |
1887 | 하늘 같은 사람 / 법정스님 | 김 혁 | 2008.05.13 | 753 |
1886 | 내안에 그대에게 | 박현숙 | 2008.05.13 | 665 |
1885 | 어버이 날과 외갓 집 | 이용분 | 2008.05.13 | 861 |
1884 | 삶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 | 김 혁 | 2008.05.13 | 666 |
1883 | 예술의 마을 쏘살리토 가는길 | 미강 | 2008.05.13 | 752 |
1882 | 삶은 고달파도 추억은 아름답다 / 우심 안국훈 | 김 혁 | 2008.05.10 | 768 |
1881 | 사랑이라는 이름의 당신 / 雪花 박현희 | 김 혁 | 2008.05.10 | 716 |
1880 | *카네이션 꽃바구니는 어째 하나일까* | 이용분 | 2008.05.10 | 844 |
1879 | 사랑합니다... 내 어머니, 아버지 !!! | 김 혁 | 2008.05.08 | 613 |
1878 | 사랑은 줄수록 아름답습니다 | 김 혁 | 2008.05.08 | 568 |
집에서 화초를 잘 가꾸십니다.
단독 주택의 마당에서 화초를 키우면
더욱 다양하고 편리 할 텐데...
오는 5월 25일 선농축전에서 뵙겠습니다.
그 때에 많은 우리 동기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