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 / 김재진 -
내가 있기에 그대가 있습니다.
나 또한 그대가 있기에 있습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 한 마리도
허공이 있기에 그 자리에 있습니다.
숲에 가서 숲을 보면
떨리는 물푸레나무 가지 하나도
그대가 있기에 거기 있습니다.
오솔길 따라 걷는 순간
그대 얼굴 사라지고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덩달아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길은 끊기고 숲을 물들이던 노을이
사라진 마음 불러 물들입니다.
그대에게 물든 나를 나는 끝내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내 마음에 얹혀 있는 그대를 어디에도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평생을 업고 가야 하는 그대의 무게
시린 눈빛에 매여 나는
그대가 있기에 거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