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날 이야기 * 청초 연이은 열대야 더위 속에 어제도 잠못 이루고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해 묵어 욱어진 개천 변 숲에서 이른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우짖는 영롱한 새소리에 눈을 떴다. 장마 빗속에 간간히 들리던 귀뚜라미와 매미가 이제는 힘을 얻은 듯 신명나게 울어댄다. 어제는 매미 한 마리가 아파트 앞 발코니 창문 망에 찾아 와서 이미 한 차례 큰 소리로 울어 재끼고 날아갔다. 이제 제턱 더위가 오려나 보다. 작년에 깨끗이 세탁해서 장속에 개켜 두었던 삼베 요 깔개를 꺼내서 풀을 먹였다. 하나는 결이 고운 노란 세모시에 청자 그림과 곤색 완자 문양을 수 놓은 것이고 또 하나는 진달래색 분홍 꽃이 꽃바구니에 담긴 그림이 수놓인 좀 올이 굵은 삼베다. 이 것을 요에 깔면 까실까실한 촉감이 몸에 붙지를 않아 훨씬 시원한 느낌을 주어 기분이 쾌적해 진다. 예전에 우리 할머니는 한 여름에 겨자색 세 모시 베적삼을 빨아서 쌀뜨물에 한참을 담가 두었다가 흰쌀밥을 풀주머니에 넣고 바락바락 힘주어 주무르면 하얗고 찐득한 밥물이 삦어 나온 것을 가지고 풀을 먺였다. 그러면 밀가루 풀을 먹인 것 보다 훨씬 빳빳하게 풀이 섰던 것 같다. 이 일도 옛 이야기 거리가 된 듯 하다. 집집마다 멀리서 그윽하게 들려오던 정다운 다듬이 질 방망이 소리 사라져 가 버린 지 이미 오래다. 옛 남정네들은 이 삼베 잠뱅이를 입으면 오죽이나 시원 했을까? 엉성한 삼베 올 사이로 방귀도 슬슬 빠져나가고. 오즉 하면 “베 잠뱅이에 방귀 새듯이” 란 말도 있잖은가.. 이런 일화가 전해 온다. 예나 지금이나 피차 어려운 사이인 사돈이 옷에 풀을 하도 세게 먹여서인지 앉아도 그냥 뻣뻣하게 서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라 "어서 앉으시지요 사돈 " 했더니 "겉 사돈은 섰지만 속 사돈은 앉았소이다" 했다나, 아마 사돈 끼리 만났던 모양이다. 아울러 여성들은 풀을 아주 세게 먹여 다리미로 다려서 올올이 꼿꼿하게 선 하얀 모시 적삼을 입었다. 옷감 사이로 들어난 곱고 하얀 살결이 얼마나 정갈하고 고상하게 보였는지 지금도 그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이제 세상이 하도 이상하게 변하여서 일부 젊은 여자들은 입다말고 별안간 튀어 나온 형국인 것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너도나도 아슬아슬한 모양새를 하고 예사롭게 돌아다닌다. 바지는 초미니 똥꼬 바지를 입어서 누가 볼세라 옷 속에 꼮꼮 숨겨야 될 허연 속살을 모두 들어 내놓고 백주에 나대는 걸 보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것 같다. 정말 여자가 봐도 민망하다. 요즈음의 특징은 수치심과 염치가 없어 진 것 이라고 한다. 어느 웹 사이트에 들어 가보니‘벗어도 벗어도 쌕시하지 않은 연예인‘ 하며 영화제에 너나없이 아슬아슬한 옷을 걸치고 나타나는 배우들의 사진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정말 그러고 보니 너도나도 벗어 재끼니 만성이 되었는지 아무런 흥미가 없다. 그들이 원래 거침없는 차림으로 사는 부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하나도 유별나 보이지를 않고 오히려 안스러워 보인다. '오죽해야 저렇게라도 해서 관심을 끌어 돈을 벌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눈앞에서 아슬아슬한 초미니 바지를 입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나다니는 어린 여학생을 붙잡고 “얘야 이렇게 짧은 바지는 집에서나 입어라. 민망해 죽겠다“ 하고 타이르고도 싶지만 이제 그러기에는 온 세상에 너무나 이런 증상들이 만연이 되어 버렸다. 그럭저럭 올 여름은 더 더울 것만 같다. 08년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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