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씩은 / 우심 안국훈 -
가끔씩 비우는 것도 괜찮다
맑은 샘물도 고이면 썩지 않던가
그냥 욕심 잔뜩 품고 있다는 건 아픔이야
꽃도 피고 지기에 아름답고
향기도 없어지기에 향기로운 거지
삶이 흔들리는 건
아직 흘린 눈물이 있다는 것
일렁이는 감동이 있어야 행복하잖아
가끔씩 흔들려 보는 것도 괜찮다
뿌리가 송두리째 썩는 것보다 낫잖아
마냥 슬픔 하나 품지 않으려는 건 결벽이야
하지만 쉽게 무너지면 안 돼
수백 년 그 자리
그대로 지켜선 돌탑을 보라
그렇다고 함부로 꺾여도 안 돼
흔들리는 갈대는
스스로 사유하듯 노래부른다
그리워 비우는 것도 괜찮고
보고파 흔들려 보는 것도 괜찮지만
새봄에 꽃물 번지듯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일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