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더위 속에....

by 이용분 posted Aug 10,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양수리에서 )                        
      이 무더위 속에...                                   청초 

     바로 조금 전 새벽까지 기승을 부리며 울어 대던 매미도 고단한지 잠시 우는
    소리를 멈추었다.하늘은 희끄무레한게 구름이 낀 것 인지 맑으려는건지 알수가
    없다.드디어 앞 산 나뭇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맑을 것이라는 예후를 들어 낸다.
    마치 아프리카의 검은 대륙에 내려 쬐는 폭염을 맛 좀 보라는 듯이...

    어찌 이렇게도 더운지....
    매일 더위와의 전쟁이다. 먼저 번 살던 집에 에어콘을 두고 온 후 십년 넘게
    그냥 선풍기에 의존 한채 그냥저냥 지냈었다. 그것은 일반 주택에 비해서
    아파트가 덜 더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이삼년 전부터 도저히 더위를 참을
    수 없어 얼음을 싼 수건을 머리에 이고 지나곤 하였다.

    이를 보다 못한 나의 세 아이가  어울려서 내 생일에 대형 에어콘을 달아 주었다.
    거기에 셋트로 붙어 온 안방용 작은 에어콘을 틀어 놓고 요즈음은 마치 인큐베
    이타에 들어 있는 형국으로 그 속에서 지낸다.
    나이가 들어서 너무 더우면 심장과 신장에 이상이 생긴다고 한다.

    더워서 얼음 띄운 물을 마시면 잠시 속은 시원하나 좀 있으면 배가 아프고
    다시 뜨거운 녹차를 마시면 배는 풀리나 다시 덥고,,,
    매일 살아간다는 게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다.
    너무 뜨거워 데쳐 질것만 같은 31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그래도 연한 나뭇
    잎들은 꿋꿋하게 버텨서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며칠 전 가까운 놀이터를 지나다 보니 엉뚱하게도 백화점내에서 쓰는 빈 카터가
    덩그머니 놓여 있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에도, 누군가가 물건을 많이
    사다보니 대외로 가지고 나가면 안 되는 것을 끌고 와서 요긴하게 쓰고는 슬쩍
    방치를 한 모양이다.

    그를 본 순간부터 마치 그 속에 나도 낀것 처럼 마음이 편치 않다. 저런 짓을 하는
    것도 양심에는 어긋나는 일이다.아무 죄 없는 이 동내 사람을 포함시켜 다 함께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백화점 직원이 알아서 바로 끌어 가져가 주면 좋았겠지만 그게 거기에 있는 걸
    알수가 없으니 펏덕 안 가지고 간다. 그걸 끌어다 거기에다 버린 당사자도 지나면서
    보고 있었으리라. 원래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꼭 그 장소에 다시 와 보는 심리가
    있다던가...

    마침 놀이터에 쓰레기통이 없던 터라 사람들이 이것저것 알수 없는 생활쓰레기를
    그 속에 버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그렇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더니 정말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는 나는 더워서 안나가는 바람에 그 일을 잊어 버렸다.

    어제 밤 베이징 올림픽에서 유도선수 최민호가 단 몇 분 만에 상대방 세계적인 강호
    외국 선수들을 줄줄이 엎어 치고 이겨서 첫 바람에 금 매달과 함께 북경 하늘에 테극
    기를 높이 계양하고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했다. 이 광경은 며칠 동안 시달리던 더위도
    한꺼번에 날려 버리기에는 충분했다.

    아주 늦게서야 운동을 하러 탄천으로 나가던 길에 보니 담겨있던 쓰레기를 몽땅
    쏟아 놓은 채 그 카터는 가져간 모양인지 보이지를 않는다. 뻔히 그 속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될 줄 알면서도 버리는 사람들의 양심과 함께 요즈음 사람들의 도덕률의
    일면을 본 듯 마음이 씁쓰름해지는 것을 금할 수가 없다

    하기사 세계 최 선진국으로 유럽에서 국경을 함께 하고 있는 바로 이웃 나라끼리인
    프랑스 사람들이 밤에 쓰레기를 자동차에 싣고 국경을 넘어가 독일 영역에 버리고
    반대로 독일 사람들도 역시 밤에 몰래 프랑스 지역에 자기네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이 애국심으로 그렇게 할리는 없을테고 그 나라들도 쓰레기 수거료가 아주
    비싼가 보다.그런 점에 있어서는 모두가 엇비슷한듯 하여 조금은 위안이 된다.
    물론 그 쓰레기 내용에 쓰인 글씨를 보고 누가 그랬는지 알수 있었을 것이다.
    거저 사람들의 심보는 거기서 거긴가 보다.

    밤의 물가는 정말로 시원하다. 자연풍의 느낌이란 어떤것에도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아주 청량감을 준다. 바람이 없는 날은 냇가의 키작은 버드나무가지가
    꼼짝을 안하고 미동도 없다. 오늘은 에너지 절약의 일원으로 전기를 어슴프레
    켜 있어 어두운 속에 버드나무 가지가 유연하게 살랑살랑 움직이는 게 보인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와서 이 곳까지 찾아 온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한동안 그렇게 냇가 걸상에 앉아있으니 하루의 더위를 잊게 하기에는 충분 했다,
    희미한 불빛 아래 잔잔한 물위에 갑자기 잉어가 튀어 올랐는지 동그런 물결이
    둥글게 둥글게 퍼져 나가는게 보이고 있다.   
                                   
                                            08년 8월 10일
        
    (카터- 백화점이나 슈퍼에서 산 물건을 계산대에 싣고 가는 철제 바스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