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 모처럼 선농수필문우회의 강의가 없는 날 회원 모두 만장일치로 야외로 소풍을 나기로 했다. 장소는 서울의 숲, 나에게는 생소한 느낌으로 닥아 오는 이름, 뚝섬 근처인가? 마침 후진타오 중국총리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길에 이곳을 탐방 한다고 한다. 마침 잘 되었구나 하고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 따라 맑고 드높은 하늘에는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햇솜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구름이 수도 없이 떠간다. 아름다운 이 숲은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너무 넓고 방대하여 새로운 느낌으로 산뜻하다. 문학을 한다는 뜻을 같이 한 이 모임은 선후배가 함께하니 오늘 따라 친자매들과의 만남인 양 은근한 정으로 다가 온다. 그중 18회 활달한 어느 후배가 남자 동기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얼마 쯤 지나자 키가 후리후리하고 착실하게 생긴 한 남자 후배가 만면에 친근한 웃음을 띄우며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서로 초면이기에 낯설기는 하지만 같은 학교동문이라는 인연이 모든 것을 초월하게 하여 내심 반갑다. 그리고는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를 점심에 초대 한다. 2시까지 어떤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후 유유히 다시 돌아갔다. 원래 우리는 스파게티로 점심을 하기로 예정 되었었는데.약속 시간까지 여유로운 시간이 있어 간식을 먹으며 우린 숲을 더 거닐기로 했다. 서울공원은 큰 나무들을 심어 넓은 숲을 이루니 그 아래 음영도 깊고 시원하다. 이곳저곳 돌아보니 아기자기하게 숲으로 꾸민 솜씨에서 전문 가의 안목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다른 곳과 차별화 되어 새롭고 재미롭다. 이래서 어떤 분야이든 지속적인 연구를 하여 발전시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점심을 할 장소는 이름이 난 몇 십 년 된 소머리 국밥집인데 얼마 후면 재개발에 들어 갈 예정이라 없어지기 전에 초대를 한단다. 인원이 여럿이기에 우여곡절 끝에 약속 된 장소에 찾아 가니 미리 큰길가에 나와서 기다리던 그 남자후배가 우리를 반기며 안내한다. 가는 길 몫은 큰 길인데도 어쩐일인지 쓸쓸하다. 타다만 시커먼 연탄재가 나딩굴고, 쓰레기, 찌그러진 프라스틱 제 막걸리빈병이 널 부러져 있고... 60년대 우리 나라가 가난하게 살던 시절을 그대로 재현무대로 꾸며 놓은 듯한 분위기, 금새라도 내려앉을 듯이 기우러진 지붕, 나지막한 구멍가게의 때가 새까맣게 찌든 작은 조각유리 창들, 그 안에 모여 무엇인가 한참 떠들어 대는 순박해 보이는 사람들...지금 다시 찾아 가라면 찾아 가지 못 할 것 같은 낯선 골목이다. 최근에 와서는 깨끗하게 정돈되고 산뜻한 아파트 거리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어찌 이런 곳이 아직도 서울에 남아있었나 신기하기만 하다. 역시 찾아 간 그 소머리 국밥집은 옛날 ㄱ자형 작은 한옥 살림집을 개조해서 음식점을 차린 듯 협소하고 우중충하다. 마당이어야 할 공간을 앞집 처마 끝과 이어서 지붕을 해 덮었으니 그럴 수밖에. 옛날 살림 집 좁은 문간 방 자리에 놓인 낮은 밥상 앞에 우린 총총히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고색이 창연한 집안 분위기와는 안 어울리게 켜 놓은 에어콘과 함께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이 시원하니 옛날 집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게 한다. 좀 기다리자 우리의 전통 야채 반찬인 맛있게 보이는 배추 겉절이와 깍두기 등이 차려나온다. 이어서 수북하게 썰어서 소담하게 접시에 담은 삶은 고기가 나온다. 그 후배의 설명이 우설(소의 혓바닥)과 머리에서 나온 고기란다.그 맛이란 지금까지 어디서도 먹어 보지 못했던 맛처럼 오묘하다. 모두들 서울 한복판 을지로 어떤 곰탕집이 유명하던데 그런 류인가 한 마디씩 거들며 국맛을 음미한다.뒤 이어 나온 국밥은 굵은 파를 숭숭 썰어 파의 향기가 솔솔 나게 띄웠는데 고기도 넉넉하고 그 맛이 이제까지 먹어 본 어떤 집 국밥에 비교 못하게 구수하고 맛깔스다.이게 모두 소의 머리에서 나온 고기란다. 어쩌면 이렇게 소의 머리끝까지 삶아서 알뜰한 먹 거리를 장만 해 냈을까? 우리의 조상님들의 지혜에 새삼 존경스럽기 조차하다. 그간 감기가 들어 고생하던 나는 이 덕에 감기가 뚝 떨어지겠구나 생각했다. 다른 후배 들과 담소하면서 어울려 먹는 이 분위기도 더욱 입맛을 돋운다.이제 얼마 후면 재개발이 되어 이 집이 헐려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가게 된다는데 새로운 곳에 가서 새 건물에 이 음식점을 열게 된다면 맛은 그대로일지 몰라도 조상 대대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이 협소한 옛날 한옥 집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이 예스런 맛이 되살아날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몇 년 전 우리 가족은 아들이 모는 차를 타고 드라이브 삼아 삼각지 어떤 곰탕집에 몇 년 동안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마치 6.25 전시를 방불케 하는 드럼통을 엎어 놓은 식탁에 깍두기 들깻가루 통, 거기에 금방 설설 끓여낸 곰탕 뚝배기의 밥이 맛이 있어 우린 밥맛이 없으면 그쪽으로 차를 몰았었다. 누구라 면은 알만한 유명한 연예인과 원로 작가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곤 했었다.그 얼마 후 찾아 가보니 상황이 너무나 다르게 바뀌었다. 장사가 잘 되자 원래의 그 집은 무대처럼 보이게 놔 둔 채 바로 옆에 건물을 새로 짓고 손님을 그쪽 으로 받기 시작했다. 평범한 식탁에 똑 같은 메뉴인데 어쩐지 음식 맛이 영 떨어져서 아예 그 후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원래의 드럼통을 엎어 놓은 식탁에서 먹던 그 긴박하고 전쟁시 같은 분위기가 향수처럼 느껴져서 우리의 입맛을 돋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유치한 후 중국도 서민이 살던 옛날 거리를 대폭 정비하여 원래의 중국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들이 사라져 많은 세계인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걸 T.V.에서 본적이 있다.언제인가 유럽여행 길에 이태리의 로마에 가 보았더니 그곳도 역시 신 로마와 구 로마가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버스가 구 로마를 벗어 나는 순간 우리는 로마여행의 흥미가 반감되는 기분을 경험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도 이제 이와 같은 전철을 이미 한참 밟아 왔고 지금도 진행 하려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추세이나 이 속에 떠밀려 사라져 가는 이런 무형의 음식맛과 문화유산의 자연스러운 전수가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에게 맛있는 정통 국밥을 맛보게 한 그 후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 모임이 있은 후 우리는 더욱 친밀하고 따뜻한 수필문우회 모임으로 발전 하였다.앞으로 이런 기회를 종종 가지기로 다짐하며 귀가 길에 올랐다. 석양은 유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08년 8월 27일 |

2008.09.01 09:52
서울의 숲 공원과 소머리 국밥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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