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노 천명 시인의 장날이라는 시가 생각 납니다. 우리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시지요. 장 날 노 천명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뜨겁기만 하던 한 여름은 비켜간 듯 이제 매미 소리는 마지막 휘나레를 장식이나 하려는 듯 구슬프게 울어 대고 공원의 분수는 떠나가는 구름을 향해 나도 함께 실려 가고픈 듯 끝도 없는 하늘을 향해 여름을 뿜어 냅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시장에는 설익은 대추 밤을 따다놓고 어설픈 소리로 손님을 부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