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와 추석 장날

by 이용분 posted Sep 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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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해 보다 한 열흘 이르게 추석이 찾아 온다는군요.
      갑자기 노 천명 시인의 장날이라는 시가 생각 납니다.
      우리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시지요.


      장 날
                                                노 천명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여름날의 분수
        뜨겁기만 하던 한 여름은 비켜간 듯
        이제 매미 소리는
        마지막 휘나레를 장식이나 하려는 듯
        구슬프게 울어 대고

        공원의 분수는
        떠나가는 구름을 향해
        나도 함께 실려 가고픈 듯
        끝도 없는 하늘을 향해 여름을 뿜어 냅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시장에는
        설익은 대추 밤을 따다놓고
        어설픈 소리로 손님을 부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