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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13:22

내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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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리 사랑                                       청초  

    이제 추석은 지났다. 아들집으로 역 상경을 했던 우리 내외는 오늘 저녁 다시
    분당 집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다. 한가로운 마음으로 정원을 돌아보다가 대문
    쪽을 쳐다 보니 추석에 사온 물건과 선물 포장상자등이 수북하게 늘어 놓인 채
    어지러이 쌓여 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서 주섬주섬 재활용 쓰레기 분리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현관 입구 나무 뒤에도 몇 개의 큰 비닐 봉투가 열린 채 더 놓여 있다.  
    큰 아들 내외는 맞벌이 부부라 노상 시간에 억매어 살고있다.그래서 되는 대로
    우선 그렇게 하고 있었나 보다.

    그 것들을 모두 꺼내어 정리하다 보니 그만 긴 일이 되어 버렸다.마침 추석이라
    다니러 와 있는 딸을 불러내어 테이프로 봉투 입구 막는 것을 돕기를 청하니
    “엄마가 이런 일 하는 것은 싫어“
    하면서 맨 손에 지저분한 걸 잔뜩 묻히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애처럽다는 듯이
    눈물을 글성이며 곱게 눈을 흘긴다.

    “엄마도 옛날에 어디 좀 가느라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모셔 오면 온 군데
    뒤져서 이렇게 정리를 해 주셨어, 그 때는 나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시는 일들이 마음에 언짢았는데 내리 사랑이라고 이제 이 나이에 이르니
    옛적에 외할아버지 마음이 되어 제절로 이런 일을 하게 되는구나.“
    그리고 한마디 더 덭 붙였다.
    "너도 아마 다음에 네 아이들 집에 가서 또 이렇게 하고 있을 걸^^"

    작은 아들이 멀리 전주에 살고 있어서 한참 동안 못 본 5살 짜리 손자와 두살
    짜리 손녀는 몰라보게 훌쩍 컸다. 처음 집안에 들어서자 2살짜리 손녀가 이유
    없이 칭얼댄다. 낯이 설어 그랬나 보다. 하룻 밤을 자고 나더니 이제 겨우 낯이
    익어 배시시 웃음을 띄우며 할아버지 무릎에 안긴다.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고 아침 밥을 먹고 나니 온 집안이 손자 손녀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 거린다. 이제 겨우 낯을 익힐만 하다 싶더니 작은 아들은 제
    가족들을 이끌고 처갓 집을 향해 길을 떠나겠다고 한다. 전에는 제 차를 끌고
    오가더니 너무 멀어서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드니 이제는 기차를 이용해서 상경
    한다.기차 예약 시간에 마추어 형인 큰 아들이 역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뒤 미쳐 목동이 시집인 딸이 사위와 함께 제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인 이곳
    큰 오빠 집으로 모였다. 막내 동생이 점심 후 일찍 길을 떠난다는 소리에
    얼굴이라도 보겠다며 서둘러 찾아 온 것이다. 막내인 작은 아들은 딸과 눈
    도장만 겨우 찍고 스치듯이 떠났다.

    섭섭해 할 사이도 없이 다시 집안은 가족들 소리로 가득차다. 추석은 자주 못
    보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우의를 다짐하고 새로 힘을 재충전 하여 험한 이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돌진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선파워 같은 기능을 한다.
    안 주인인 큰며느리가 힘이 들것이다.

    큰 며느리는 친정이 마산인지라 오늘저녁 아들이 우리를 분당 집으로 데려다
    준 후 돌아 와서 다음날 아침 일찍이 K.T.X 기차 편으로 처갓 집에 다니러 가게
    되어 있다. 하루 밤을 그 곳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돌아 와서 바로
    학교 수업에 들어 가야 되는 빡빡한 일정이다. 얼마나 피곤 들 할까....

    다음 날 아침 마산으로 떠나기 전 일찍이 아들한테서 반가운 음성으로 전화가 왔다.
    “어머니, 밖에 내 놓은 분리수거 쓰레기더미를 몽땅 갖어 갔어요.
    엄니 감사합니다.^^”

    아마도 집에서의 쓰레기 분리 수거 담당은 아들 몫인 모양이다.
    우리가 그 애들을 키울 때에는 험한 일 어려운 일은 시키지를 않았었다.
    '이제 제 가정을 가지고 살아 가려면은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면서 살아
    가야 되겠지.' 하며 혼자 중얼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올 추석은 나의 세 아이들과 함께 모여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08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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