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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15:32

깊어만 가는 가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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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어만 가는 가을 날              청초  이용분

      아침부터 유리창에
      비치는 햇살이
      유난히
      눈이 부시게
      따사롭더니...

      어디서 몰려 왔는지
      앞집 처마 끝에 앉아서
      때 만난 듯
      짹 짹 짹
      즐겁게 지저귀는
      참새 떼들...

      하늘은 유난히 드높고
      코끝에 스치는
      싸늘한 바람은
      이제 가을이 깊어 짐을
      알려주는듯      
      귀뚜라미 소리 오간데 없네...

      뜰 앞에 철 따라 피어난
      구절초, 쑥부쟁이, 개여귀풀 꽃
      아주 작은 가을 小菊 꽃들이
      화려하지 않으면서
      단아한 그들의  
      자태를 자랑하며
      제가끔 피어 있는데...

      때를 만난
      벌, 호랑나비,
      흰나비들
      이꽃에서 저꽃으로
      서로 시새움 하듯
      한 겨울 양식
      꿀 따 가기에 여념이 없네....

      키가 큰 감나무에는
      설익은 감들이
      듬성듬성 잎이 떨어진
      가지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어 밀고
      언제쯤 제 시절이 찾아 오려나....
      궁금들 해 하고....

      잎이 누렇게 다 시들어버린
      호박 넝쿨에는
      늙어버린 둥그런 호박이
      가을 햇볕 아래에서
      황금색으로 익어서
      더욱 풍요롭기만 하다...

      물 행주질 깨끗이 하여
      햇볕이 잘 드는
      대문 앞쪽에 널어 말리는
      새 빨간
      햇고추가 담긴
      큰 광주리 위로

      우체부가 던져 주고 간
      흰 편지 봉투 속에는
      그 누가 보내준
      반가운 소식이라도
      들어 있으려나.....

      홀로히
      먹이 사냥에 나선
      한 마리 고추 잠자리

      따사롭게 내려 쬐는
      가을 햇볕 아래
      가느다란 마른 나무가지 끝에서
      조는 듯 노니는 듯
      쉬며 날며
      가을 날은 깊어만 간다.

                       2003년 9월  30일  씀
                                         07년 10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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