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가을이 아름다울 때 / 이채-
산위에 마음을 눕히고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순수의 모습으로 나를 가다듬어 보는 정직한 시간이 됩니다
첫 새벽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어둠이 걷히듯
자연의 푸른 빛과 맑은 소리로 허욕을 씻어내며
적잖이 묻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는 고요한 명상
가을엔 낙엽을 위해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도 좋겠다고
우리는 늘 향기로운 미소로 살고자 해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자신을 위로하며
기댈 수 있는 아늑한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일 때
홀로 선 나무의 기도에서 평온을 찾을 수 있다면
눈을 감아도 하늘은 열릴 것이고
귀를 닫아도 바다는 들릴 것입니다
바람은 살며시 나의 가을을 찾아와 이렇게 말하지요
떨어지는 나뭇잎과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보이지 않는 눈물로 기도를 한다고
낙엽은 쓸쓸히 내 가슴에 흩날리며 이렇게 말하지요
언제나 만나고 헤어지는 반복속에서도
다시 만나는 기다림으로 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가을엔 나무를 위해 떠나는 낙엽이 되어도 좋겠다고
날마다 찾아오는 햇살과의 만남이
산허리 휘감는 노을빛으로 저물 때
우리는 떠나가는 철새와 다시 만날 계절을 약속하며
차가운 바람의 입술에서 하얀 눈꽃 소식이 전해질 즈음
떠나고 보내는 인연마다 그리움의 잎을 간직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가슴 벅찬 기쁨의 꽃으로 피어날까요
만남이 언젠가 헤어짐이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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