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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웃 사촌                                      Sky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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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첫번째 이야기)
    내가 탄 에레베터가 1층에서 문이 열렸다. 막 내리려는데 같은 층 바로 앞집에
    사는 젊은 부부가 타려고 기다리고 서 있다. 순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부인이“어디를 가세요?”하고 묻는다.
    “예, 탄천에 오리 동영상을 찍으려구요”
    “왜 아저씨는 같이 안 가셔요?^^”.부인의 말.
    ”예, 낮에 벌써 다녀오셨어요. 나는 얼굴 그을릴까봐 그때 안 나갔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
    챙이 넓은 빛이 좀 바랜 빨간 등산모에 편편한 헌 운동화를 신었다, 보라색
    물방울 무늬 머풀러를 모자 위에 덧덮어 턱까지 쓰고 가운데 얼굴부분만 조금
    내 놓았다. 어찌 보면 좀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을 보인 데에 마음속으로 민망해
    하면서 얼른 그 자리를 면하고 싶었다.

    에레베타의 문을 닫고 그냥 올라가면 그만이련만 닫히려는 문을 붙들고 서서
    두 부부가 연신 이 처럼 말을 걸어온다.
    "이제 해가 저물었으니 얼굴은 안 타 실거에요.^^”은근한 미소를 환하게 지으
    면서 옆에 서 있던 그의 젊은 신랑이 그예 한마디 거든다.
    “예, 반가웠어요.” 그 제사 겨우 끝 인사를 건네고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참한 부부다. 부인은 갸름한 얼굴에 그리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요즈음 젊은이
    답지 않게 다소곳하고 수집다. 남편은 크지 않은 키에 성실한 가장인 듯 보인다.

    어딘지 부부가 서로 닮았다. 요즈음은 마치 지하철의 경로석 처럼 나이 든 이라면
    관심에서 많이 소외 된듯한 사회괴리현상에 뜻밖의 반응을 본 듯 반갑고 고맙다.
    작년 이맘 때 쯤이었던가 자기네 시댁이 제주도라며 고향집 농장에서 딴 건데
    자잘한 게 달다며 귤과 굵직한 단감을 한바구니 담아서 보내 왔다.
    고맙기는 한데 어리둥절하다.

    예전에는 하다못해 여름 날 애호박전만 지져도 서로 나누어 먹던 우리네 인심이
    살기가 넉넉해지면서 요 근래에는 이런 일도 이제 드문 현상이 되었다.
    언젠가 대학생인 그 집 아들이 열쇠를 잊고 갔다면서 맨 아래 현관입구에서
    문 좀 열어 달라고 전화를 했기에 선선히 열어 준적이 있었는데 그 일 때문인가?..

    허기야 평소 그들의 남매들과 에레베타 안에서든가 어디서든지 우연히 마주치면
    내가 침묵을 깨고 먼저
    “몇 학년이니? ^^공부하기 힘들지?"
    "대학은 들어갔어?^^ 무얼 전공하니”
    "어문계열이에요. 영문과를 가려고 해요"
    "아직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네, 혹씨 영문과엘 못 가게 되면 일어과를 가는게
    나을 걸, 공부도 좀 쉽고 취직 하기도 좀 수월할터이까".
    하고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몰라보게 키가 멀쑥하니 커진 아들아이에게
    “농구팀 센타 하면 되겠네...무얼 먹고 그리 키가 컸지?^^“ 했더니
    ”그냥 제절로 컸어요.“한다.
    에그!  철도 없어라. 부모가 애써 들인 공이 말짱 헛일이로구나...하고 생각한
    적이 있기도 하다. 나이로 보면 다 나에게도 손자 손녀 뻘이 되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과일은 고맙게 잘 먹었다. 그 후 나도 큰 아들의 사돈집에서 큰 대봉
    감을 한 상자 보내 왔기에 그걸 넉넉하게 담고 내가 등단했던 수필춘추지도
    읽어 보라면서 한권 주었다. 그러자 자기 집에 마침 아주 굵은 사과가 많다면서
    그 그릇에 되 담아 주어서 오히려 더 크게 선물을 되돌려 받은 셈이 되었다.
    고금을 막론하고 오고 가는 게 있어야 정은 쌓이는 것 같다.
    따뜻한 관심도 이 처럼 서로 주고 받는 게 아닐까....

                                               08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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