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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사촌(두번째 이야기)                               Skylark

    찬 바람이 으스스 옷깃을 스치니 공연히 이제는 멀어져 간 이웃 친구 생각이
    절로 난다. 옛말에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하였던가...
    그 녀와 나는 동갑인데다 약 십삼년 간 앞집과 뒷집에 붙어 산 인연으로 아주
    친밀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녀는 남의 아이들 가르치려다 자신의 아이들의
    교육을 그르치겠다면서 과감히 사표를 내어 던지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택한 친구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다음 밥 수저만 놓고 나면 서로의 집 앞 넓은 정원의
    잔디 속에 난 풀을 함께 뽑기도 하고, 매일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주로
    아이들 이야기, 결혼 선배인 나의 육아 이야기. 그 당시 젊은 시절이었지만
    지난 날 자신의 늦 결혼 이야기, 형제자매가 많았던 그 녀는 자기가 크던
    시절의 부모 형제들 이야기, 그리고 형제들의 근황, 커가는 아이들의 첫사랑
    편지 이야기등 끝이 없는 화제들로 우리는 심심할 겨룰이 없었다.

    덕분에 그의 시댁에서는 물론 친정 쪽 집안에서도 내가 마치 형제인양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갖는 사이가 되었다.

    삼 사십대 한창 좋은 시절을 매일 이렇게 정담을 나누면서 보냈다. 엄동설한
    추운 겨울 날이면 연탄을 때어 따끈한 아랫목 이불 속에 발을 넣고 마주 앉아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토마스 하디의 테스는 읽었는데 트르그네프의 첫사랑
    을 읽었느냐...

    동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일상적인 이야기 아닌 지금까지 읽은 여러 장르의
    문학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느낌을 나누면서 낭만을 공감 했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학적 소양이 풍부하여 작가가 될 사람이 아무래도 상대 쪽이라며
    서로를 보고 글 좀 써 보기를 권하였는데 어찌다 보니 내가 글을 쓰게 되었다.

    저녁 나절 시장도 매일 함께 보러가며 그냥 실없이 웃기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으며 장보기도 즐겁게 그렇게 한 시절을 보냈다. 늦게 결혼을 하여 나이가
    어린 두 딸을 키우던 그 친구는 한참 커가는 세 아이를 키우느라 상대적으로
    많이 산 김치거리등이 무거운 나의 짐을 항상 들어다 주곤 하였다.

    이사를 가서도 자기가 살아 온 평생 동안 나와 이웃해서 살면서 스스럼 없이
    마음속 이야기를 모두 터놓고 나누던 그 시절이 자기의 일생 중에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노라고 말을 한다. 그 집에 일을 하러 온 사람들도 나를 알고 전화를
    걸 때면 "00 어머니세요?' 하고 아는척을 한다.

    가족 이외의 누구엔가 깊은 신뢰를 받고 신뢰를 할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나
    소중한 행복이다. 먼 사촌 보다 가까운 이웃이 났다는 말이 꼭 맞는것 같았다.
    자기가 아는 한 주변의 아느 누구보다 내가 아이들을 제일 잘 키우는 것
    같다면서 과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번 내가 등단을 했을 때에도 그 친구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좋은 글을
    많이 쓰라면서 거듭 격려를 하였다. 이제 하루하루 더 나이가 들어가니 삼십
    여 년 전에 나누었던 그 많던 정다운 이야기도 모두 추억속에 만 남아 잊혀져
    간다. 이제는 서로의 안부만이 염려 된다. 날이 궂은 날이나 이런 쓸쓸한
    가을날이면 지난 날 이웃의 다정했던 그 옛 친구가 더욱 그리워진다.

                                               08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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