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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틈을 내서 일주일에 한번 씩 찾아오는 큰 아들과 함께 보양식 음식 점엘 찾아 가게 됐다. 한옥을 개조한 음식점으로 옛날 가정집 마루 중앙에 식탁을 펴 놓고 방석을 깔고 서로 등을 뒤로 하고 앉게 된 구조다. 신을 벗고 들어 가 보니 가운데 정 중앙에 누군가가 예약을 해 놓았는지 음식상이 이미 차려 놓여져 있다. 우리는 그 상을 등 뒤로 하고 앉게 되었다. “에그!! 오늘 점심은 편안하게 먹기는 글렀구나.” 왜 한국 사람들은 몇 사람만 모이면 마치 그 식당 전체를 자기가 전세를 낸양 착각을 하는건지 떠들어 대고 온통 분위기를 휘 젔고 하는지... 문득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점심때에 찾아갔던 매생이 칼 국수집에 서의 일이 생각났다. 무엇을 먹어도 입맛이 없던 차였다. 그날따라 T.V에서 매생이의 생산지와 영양에 대해서 상세히 보도를 하여 갑자기 마음이 동했다. 시켜 놓은 칼국수가 나오기 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다. 때마춰 뒤에 앉은 한 젊은이가 휴대폰 으로 전화를 걸고 있다. 상대방이 공사를 계약한 과정에서 무언가 잘 못 된 일이 있는지 그를 해명 이해시키고 따지고 하다가 전화가 끝이 나는 듯 하였다. 드디어 우리가 시킨 매생이 국수와 바지락 국수가 우리 앞에 놓여졌다. 젓까락을 들고 한 수저 들려던 순간 뒤에 앉은 그 젊은이가 다시 전화를 시작한다. 이제는 나의 머리 뒷쪽에 바짝 붙일듯이 허리를 뒤로 젖치고 아까 보다 더 큰 소리로 전화를 건다. 나는 맛있게 먹었던 첫 국수가락이 위속에서 뭉쿨 멈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나는 그 젊은이의 두틈한 파카 옷의 등 쪽을 손다락으로 콕콕 쳤다. "여보세요. 전화는 좀 나가서 걸어 주실래요?" 그는 흘끗 나를 쳐다 보더니 벌떡 일어 나서 계산대로 다가간다. 밥을 먹다 말고 나가는가 순간 미안하여 그들의 식탁을 뒤 돌아보았다. 그들은 점심을 다 먹고도 그 자리에 그냥 주저 앉아서 유유히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리하고 있던 걸 알고는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하기야 이런 일은 전철 안이든 어디서든지 누구나 노상 경험을 하고 익히 보아 온 풍경들이다. 얘기가 엇길로 나갔다. 좀 있자 옅은 베이지색 상의에 곤색 하의를 입은 젊은 경찰관들이 추운 날씨 탓인지 7.8인이 우루루 들어와 나의 등 뒤에 앉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나 조용하다. 이들이 무엇을 하나 뒤 돌아보았다. 이미 옷 닭을 시켜 놨었는지 차려 놓은 음식에 가스렌지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닭고기를 제가끔 그릇에 퍼서 조용히 먹고 있다. 그중의 윗사람인지 음식점 주인에게 가서 함께 예약을 했던 한사람이 사정이 생겨서 못 왔는데 그 닭 하나를 취소 할 수는 없느냐고 묻는 듯 했다. 그러자 주인 왈 "더 잡숫던지 싸가던지 해야지 안 된다" 는 대답이다. 그 우두머리는 껄껄 웃으며 "취소가 안 된다네..." ('어디 언감생심 경찰관이 취소를 해 달라면 해 줄일이지... 그 주인 되게 겁도 없네') 하고 나는 생각을 했다. 과연 민주경찰이구나... 그들의 우두머리가 산 점심이었는지 다 먹고 주섬주섬 일어나 나가면서 그중 한사람이 "잘 먹었습니다." 나의 예상은 아주 빗나갔다. 과거 경찰이라면 권위와 거드름으로 똘똘 뭉쳐서 아무런 죄가 없는 일반서민이라도 우선 피하고 보는 존재들이 아니었던가. 오즉하면 경찰서 옆은 장사도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어오던 터였다. 게다가 우리 세대는 일본 순사의 잔상도 머리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우리는 그간 조그만 권력이라도 손아귀에 쥐게 되면 개의치 않고 힘없는 서민을 우롱하며 휘 들렀던 권력자들의 무질제한 탄압의 세월을 산 탓으로 생긴 상처로 생긴 선입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슨 삼군 사관생도들이 다녀 갔나 했네" 하고 우리는 착각을 할 정도로 그들은 너무나 조용하고 예의가 깍듯 하였다. 요즘 경찰관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뀐 날이다. 2009년 1월17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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