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나그네 / 삶의詩,시후裵月先 -
눈 쌓인 오두막집을 떠나
겨우내 따분했던 마음 풀어 보잘 것 없는
낡은 시집(詩集) 한권 벗 삼아 길을 나섭니다
갑갑한 산골을 벗어나면
맑은 개울물이라도 흐르는 언덕을
만나게 될는지,
버들개지 솜털에 새잎 틔우면
얼어있는 내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오려는지,
오늘은 저 아랫마을 뉘 집인지
굴뚝에서 정겨운 삶의 연기를 피웁니다
밖의 세상은
아직 동면(冬眠)의 깊은 울안에 있습니다
나는 나의 봄을 만들기에
겨울을 돌아
다시 눈 쌓인 오두막집을 향합니다
마른가지에 쌓인 시린 눈을
한낮의 햇살로 녹여주고
나그네의 무거운 발걸음 접어봅니다
내 오두막집에도
춘삼월(春三月) 노란 개나리 다정히 인사하고
추위에 방황(彷徨)하던 그림자
묵은 시집(詩集)에
한 줄의 외로움 되고
여정(餘程)에서 만났던 조약돌 하나마저
그리움으로 시(詩)가 될는지,
스치는 바람 한 점마저
삶의 옷자락에 소중한 의미(意味)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