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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가까워졌다. 선들선들 부는 바람 속에 한 가닥 봄 내움이 섞인 듯 뺨에 닿는 느낌이 산뜻하다. 예전에는 옷깃사이로 스며드는 한 줄기 싸늘한 봄기운에도 마음은 절로 봄 꽃봉오리 처럼 부풀어 오르 곤 했었다. 반들 반들 짱짱하게 얼어 붙어서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던 어름판이 봄 바람에 진이 빠져 퍼석퍼석 녹아 이제는 어름 깨기 재미로 아이들이 몰려든다. 깨어진 어름조각 틈 사이로 어름이 녹아 내린 맑은 물이 졸졸졸 끝없이 흘러 내려간다. 겨우 내 집안에 갇혀서 꼼짝을 못하다가 따뜻한 기운에 이끌려 모처럼 남편과 함께 탄천을 향해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나는 길몫 울타리 친 축대 아래쪽에 뻗어 있는 실개천변 산책길을 지나가는데 어디서 흘러 나오는지도 모를 맑은 물줄기가 축대 사이로 부터 끊임 없이 새어나와 길에 넘쳐 흐른다. 누군가가 발견해서 고치겠지... 나는 지나는 길손 일 뿐이니까. 요즈음은 매일처럼 오후 2~3시 즈음에 나가는데 그 다음날 지나며 보니 여전히 물은 흘러내리고 있다. 밤새 흘러내린 물의 양이 얼마나 많았을까...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든다.나즈막한 곳을 찾아 축대 돌맹이를 딛고 어렵게 올라 가서도 한참을 돌아 어림잡아 그 아파트를 찾아 갔다. 때마침 지나는 늙스그레한 남자 어르신이 있기에 자초지종 찾아 온 사유를 이야기 했다. 그들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을 해 넘긴다. 아니 알고 있다면서 어찌들 그리 무심하단 말인가... 일이 해결되기는 힘들겠구나... “여기 관리실이 어딥니까? ” 하고 내가 되 묻자 “저기 저 건물입니다. 그들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나는 왜 이런 일에 그냥 보고 넘기지를 못하고 이러는 거지... 며칠 걸었다고 그간 그렇게도 없던 힘이 솟아 났나... 찾아 가 보니 관리실은 이층에 자리 잡고 있어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만 되었다. 전기료를 아끼려 그러는지 전깃 불도 안켠 어두침침한 사무실에 여자직원 두 사람이 앉아 사무를 보다가 무슨 일로 왔냐 고 묻는다. 나는 산책길에 이 아랫길을 지나는 사람인데 여기 관활 아파트 외벽 축대에서 어제 보니 누수가 많이 되고 있던데... 그러고 있기를 한참 되었다고 하던데요? 하고 말을 하자 잘 알고 있다면서 마침 날이 풀려서 다른 곳 공사가 끝나면 할 예정이라고 대답을 한다. 하겠다고 하는데 무얼 더 할 말이 있겠는가... “하루 속히 하셔야 됩니다. 긴 방축도 개미 구명으로 무너진다고, 잘 못하면 번져서 축대까지 무너져 축대 공사까지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새어 나가 버리는 물은 모두 우리의 세금이 아니겠어요?“ “잘 알겠습니다. 바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어르신^^” 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던졌다. 지나가면서 지켜 보겠다고... 그런 후 곧 그일을 잊어 버렸다. 최근 들어 바짝 입맛이 없어 외식을 하고 우리는 그 다음 날 무심히 그 길로 다시 지나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길에는 물기가 걷힌 채 축대에서 물은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지켜 보겠다'는 한마디 말이 겁이 났었나?... 아닐게야, 절기가 입춘이라 땅도 녹으니까 말대로 금새 공사를 했던게지... 때 마침 개천 길 숲속에서 제 짝을 찾는 새 소리가 나즈막한 봄 하늘에 영롱하게 울려 퍼진다. '찌리릭~~찌리릭~~찌리릭~~~~~ ' 2009 2월 입춘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