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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5 01:46

입춘이라서...

조회 수 700 추천 수 7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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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춘이라서... "                                           Skylark

      입춘이 가까워졌다. 선들선들 부는 바람 속에 한 가닥 봄 내움이 섞인 듯 뺨에
      닿는 느낌이 산뜻하다. 예전에는 옷깃사이로 스며드는 한 줄기 싸늘한 봄기운에도
      마음은 절로 봄 꽃봉오리 처럼 부풀어 오르 곤 했었다.

      반들 반들 짱짱하게 얼어 붙어서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던 어름판이 봄 바람에
      진이 빠져 퍼석퍼석 녹아 이제는 어름 깨기 재미로 아이들이 몰려든다. 깨어진
      어름조각 틈 사이로 어름이 녹아 내린 맑은 물이 졸졸졸 끝없이 흘러 내려간다.

      겨우 내 집안에 갇혀서 꼼짝을 못하다가 따뜻한 기운에 이끌려 모처럼 남편과
      함께 탄천을 향해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나는 길몫 울타리 친 축대 아래쪽에
      뻗어 있는 실개천변 산책길을 지나가는데 어디서 흘러 나오는지도 모를 맑은
      물줄기가 축대 사이로 부터 끊임 없이 새어나와 길에 넘쳐 흐른다.

      누군가가 발견해서 고치겠지... 나는 지나는 길손 일 뿐이니까.
      요즈음은 매일처럼 오후 2~3시 즈음에 나가는데 그 다음날 지나며 보니 여전히
      물은 흘러내리고 있다. 밤새 흘러내린 물의 양이 얼마나 많았을까...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든다.나즈막한 곳을 찾아 축대 돌맹이를 딛고 어렵게 올라
      가서도 한참을 돌아 어림잡아 그 아파트를 찾아 갔다. 때마침 지나는 늙스그레한
      남자 어르신이 있기에 자초지종 찾아 온 사유를 이야기 했다.

      그들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을 해 넘긴다.
      아니 알고 있다면서 어찌들 그리 무심하단 말인가... 일이 해결되기는 힘들겠구나...
      “여기 관리실이 어딥니까? ” 하고 내가 되 묻자
      “저기 저 건물입니다. 그들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나는 왜 이런 일에 그냥 보고 넘기지를 못하고 이러는 거지...
      며칠 걸었다고 그간 그렇게도 없던 힘이 솟아 났나...
      찾아 가 보니 관리실은 이층에 자리 잡고 있어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만 되었다.
      전기료를 아끼려 그러는지 전깃 불도 안켠 어두침침한 사무실에 여자직원 두
      사람이 앉아 사무를 보다가 무슨 일로 왔냐 고 묻는다.

      나는 산책길에 이 아랫길을 지나는 사람인데 여기 관활 아파트 외벽 축대에서
      어제 보니 누수가 많이 되고 있던데... 그러고 있기를 한참 되었다고 하던데요?
      하고 말을 하자 잘 알고 있다면서 마침 날이 풀려서 다른 곳 공사가 끝나면 할
      예정이라고 대답을 한다. 하겠다고 하는데 무얼 더 할 말이 있겠는가...

      “하루 속히 하셔야 됩니다. 긴 방축도 개미 구명으로 무너진다고, 잘 못하면 번져서
      축대까지 무너져 축대 공사까지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새어 나가 버리는
      물은 모두 우리의 세금이 아니겠어요?“
      “잘 알겠습니다. 바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어르신^^”
      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던졌다.
      지나가면서 지켜 보겠다고...

      그런 후 곧 그일을 잊어 버렸다. 최근 들어 바짝 입맛이 없어 외식을 하고 우리는
      그 다음 날 무심히 그 길로 다시 지나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길에는 물기가 걷힌
      채 축대에서 물은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지켜 보겠다'는 한마디 말이 겁이 났었나?...
      아닐게야, 절기가 입춘이라 땅도 녹으니까 말대로 금새 공사를 했던게지...

      때 마침 개천 길 숲속에서 제 짝을 찾는 새 소리가 나즈막한 봄 하늘에 영롱하게
      울려 퍼진다.
      '찌리릭~~찌리릭~~찌리릭~~~~~ '                          
                                                                      
                                                                       
                                                                  
                                                      2009 2월 입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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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세 2009.02.05 08:21
    때로는 선배님 같은 분이 계셔야
    정신들을 차립니다.
    아주 잘 하셨습니다. 저도 아주 오래전에 이곳에와서
    처음으로 연립 주택을 사서 살게 되었는데, 옆집 사람이 하와이로
    전근이 되어서 떠났다가 되돌아 올 기간 동안 빌려주기 위해서
    복덕방에서 책임지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집 문 안쪽에서 맑은 물이 흘러 나와서
    유리창 안으로 들여다 보니 윗층 복도를 통해 물이 쏟아 지고 있어서
    911 에 전화를 했더니, 그건 복덕방에 알리라 했어요. 전 화가 나서 이건 누가 고의로 한것 같다고 했더니, 곳 경찰에 알려주어서 처음엔 차 1대만 오더니
    나중엔 소방차가 오고 경찰차가 6섯대나 왔고요. 동네 말썽꾸러기 들이
    실수로
    복덕방이 잠그지 않은 집에 들어가 진흙까지 바르고 난리를 부렸대요.
    경찰들은 밤 늦게까지 지문을 찾아서 말썽꾸러기 모두 잡았습니다 ,경찰은 저에게 고맙다고 했고,
    이소식을 들은 집주인으로 부터 고맙다는 편지를 받았고, 나중에 돌아온 옆집과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좋은일 하신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 ?
    이용분 2009.02.05 15:21
    김현세 후배님 !

    참으로 고맙습니다.
    글을 올린후 이렇게 확실하고 공감가는 댓글을 다는 분이 드물거든요.

    입춘에 마춰서 글을 올려야 되는데...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겨우 글을 쓰고 마땅한 음악을 찾지 못해서
    '미리 보기' 로 해 보고 새벽1시 반 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아침에 보니 후배님은 댓글을 다시고, 여러분이 읽으셨더군요.

    올리신 일화도 나 못지 않은 흥분스토리이군요.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재미 있는 글 종종 올리시기를 기대합니다.
    건강하시고 가내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