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희망

by 이용분 posted Feb 1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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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희망 ...                                   Skylark

      우리가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혼신의 힘을 다 해서 키우고 교육을 시킨다.
      어느 날 식당가에서 우연히 건너 편 테이불에서 연년생인지 고만고만해 보이는
      두 아기를 데리고 밥을 먹이는 젊은 엄마를 보게 되었다. 우리가 시킨 음식이
      나올 동안 그 엄마와 아기가 내 시선을 붙잡은 것은 그 젊은 엄마의 그 정성스런
      보살핌이다.

      비빔밥인 듯한 밥에서 우선 위에 놓인 야채를 한옆으로 걷어 내더니 하나는 맨
      밥으로 다른 하나는 야채를 섞어 비벼 색깔 나는 비빔밥으로 만든다. 그리고
      덜어서 각각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아 구분을 한다.

      내 생각 같아서는 그냥 비벼서 같은 수저로 먹이면 쉬울 것 같은 데...
      이상한건 큰 아이를 맨 밥으로 작은 아이는 색깔 나는 비빔밥이다.
      게다가 각각 다른 수저로 바꿔 가면서 매번 뜨거울 가봐 입으로 호호 불어서
      아주 사랑스런 눈길로 드려다 보면서 차례차례 정성 것 입에 넣어준다.

      동물의 왕국에서 맹금류인 어미 독수리가 먹이를 잡아다가 제 새끼에게 고기
      점을 입에 맞도록 잘게 뜯어서 먹여 주는 광경과 너무 흡사하다.
      새삼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보살핌을 요하는지를 느끼게 했다.

      그녀는 30세인데 두 아이는 18개월의 차이가 나는 형제란다. 큰아이는 맨 밥을,
      작은 아이는 비빔밥을 좋아한다고 한다. 야무져 보이는 그 젊은 엄마는
      " 이게 보통 일이 아니네요." 하고 말을 한다.
      이제 우리 나이에는 자기가 낳은 자식들은 다 커 버렸고 손자나 손녀를 거느렸다.

      봄이 왔다고 며칠 동안 갑자기 열심히 걷기운동을 한 후유증인지 나는 허리가
      아프고 다시 건강이 시원찮다. 그 중에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밥맛이 없어진 것이
      더 괴로운 일이다. 내가 왜 이러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나도 세 아이를 키운 어미인지라 도저히 떨어져 살수는 없을 것만 같았던 내
      생명 같은 아이들이 이 순간 곁에 없다는 상실감이 말할 수 없이 마음을 허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할머니~~~”
      전주에 사는 작은 아이의 6살 난 손자 녀석이다.
      "그래, 건우니? 할머니는 건우를 마니마니 사랑하는데... 너도 할머니 사랑해^^?"
      " 예~~건우도 할머니 마니마니 사랑해요.~~~"

      아직 어려서 별로 마땅히 할말도 따로 없으니 우선 사랑을 심어 주기 위해서 노상
      하는 말이다.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많은 사랑을 해 줘야 그 아이도 큰 후에 남을
      사랑하게 됨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춥지 않느냐? 하는 나의 물음에
      "날씨가 아주 푹해요. 아빠하고 슈퍼 나왔어요.“ 숨 가쁘게 단숨에 말을 해 버린다.
      제법이다. 날씨가 푹하다는 표현까지 하다니...
      자리에 누워서 허전함과 괴로움 속에 꿈속을 헤매 이듯 하고 있던 터였다.

      몽롱한 의식 중 손자의 한 통의 이 전화가 한 줄기 맑은 바람처럼 마음속에 새로운
      기운을 솟게 한다. 잠자는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가 아니라 헤매는 영혼을 붙잡는
      소리다.

      이 아이는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혀 짧은 소리로 친 할머니인 나를 노상
      “부~당 할머니·~~~" 하고 부르곤 했다.
      아마도 외할머니와 구별하느라 그러는 모양이지...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인가 분당이라는 머리말은 떼어 버린 것이다.
      제 아빠가 매번 전화를 걸어 바꿔 주는 거겠지...
      목청을 돋워서 마치 햇병아리 군인이 구령을 연호하듯 큰 소리로 귀속이 얼얼
      하도록
      "할머니~~~"

      이제 손자의 그 청량한 부름소리가 나를 더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삶의 의미를
      되 살려주는 것 같다. 사람은 희망이 있어야 된다.
      이제 이 어린 손자가 우리의 새로운 희망이 된 것이다.  

                                                       09년 2월 9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