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내리는 주막 / 김복연 -
돌아갈 집이 좀더 멀었으면 좋겠다
이 밤 내내 돌아갈 곳이 없었으면 좋겠다
혼자 탁자를 다 차지하고 앉은 사람은
창밖 쌓이는 눈만큼이나 양식이 많은 사람일까
언제나 마지막 잔은 눈물일 텐데...
눈발은 그치지 않고
주막집 여자는 다 졸아든 선짓국 솥에
벌써 몇 번째 맹물을 붓는다
아직 한참 더 내릴 것 같죠?
아마 밤새도록 내릴 것 같습니다
구석진 탁자 위에서
까막까막 조는 갓등
돌아갈 집이 아주 많이 멀었으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