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소망 하나 / 유안진 -
생각날 때 전화할 수 있고
짜증날 때 투정부릴 수 있는
내게 더 없이 넓은 가슴을 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이 혼자 보기엔 안타까워
잠시 만나서 커피라도 한잔할 수 있고
가슴 한아름 아득한 미소를 받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거울 한번 덜 봐도 머리 한번 덜 빗어도
화장하지 않은 맹숭맹숭한 얼굴로 만나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미안하지 않고
오히려 그게 더 친숙해져서
예쁘게 함박웃음 웃을 수 있고
서로의 겉모습보다는 둥그런 마음이 매력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총총히 바쁜 걸음에
가볍게 어깨를 부딪쳐서 아! 하고 기분 좋게
반갑게 설레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내 열 마디의 종알거림에 묵묵히 끄덕여 주고
주제넘은 내 간섭을 시간이 흐른 후에 깨우쳐 주는
넉넉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부모님의 수고스러움을 늘 감사하고
형제들의 사랑을 늘 가슴 깊이 새기며
자신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나였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