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온 시詩 / 정산 /김용관 -
바람은 나무에다 시를 쓰고
눈은 하늘에다가 시를 쓴다
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소리를 내면서 몸부림치 듯
친구처럼 달려왔다가
달아날 때는 싸늘한 여인의 뒷모습
하늘의 편지는
언제나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바람에 꺼질 듯 나불거리는 촛불
고독한 사람의 가슴에 앉아
스스로 떠날 때까지 친구가 돼 준다.
자기 몸이 다 녹아 없어질 때까지
겨울이 오만하게 온다지만
눈에 묻힌 한 문장의 사연을 읽고나면
연인의 가슴에 피어있는 꽃보다
아름다운 것
닫혀진 창문을 열고
하늘의 가슴에 촘촘히 쓰여 진
편지를 읽다가 문득
내게 오는 그 사람을 위해서
하얀 가슴을 걸어 놓고 기다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