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 전철에 오르자 나는 경로석 출입구쪽 한 자리가 마침 비어 있어서 앉아 가게 되었다. 쇠기둥 바로 옆 입구쪽 차 바닥에 한 젊은이가 자기 집 아랫목 처럼 털썩 주저 앉아서 영어 단어인지 영어 문장을 깨알같이 쓴 종이를 들고 드려다 보고 있었다. 자리가 났는데도 한 정거장만 가면 내린다며 자리를 양보한 육십줄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어르신이 그때 부터 누군가를 보고 댓쪽 처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준엄하게 나무라기 시작하였다. 나는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했다. 그런데 그의 시선을 따라 가 보니 바로 내쪽 아래 차바닥에 앉은 그 젊은이를 향한 것임을 이내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나는 순간 젊은이가 장애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왜 하필이면 출입구 바로 앞에 앉아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데 거리적 거리느냐고 나무라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한참 듣고 있던 나는 비로써 그의 참 말뜻을 알아 듣게 되었다. “왜 땅바닥에 앉아서 그러고 가냐 ?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젊은 사람이 두 발로 끗꿋하게 서서 버텨야지 쉽다고 앉아 버릇하면 노상 그렇게 땅바닥에 주저 앉게 될 것이야. 내 말귀를 못 알아 듣겠니?“ 나도 처음에는 쉽게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그는 말을 계속했다. “미국인이나 외국인들을 보아라. 어느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땅에 주저앉아서 뭉그적 거리나. 아무도 그렇게 하지를 않아. 어서 벌떡 일어 나 두발로 버티고 서라. 잘못하면 네 운명이 그렇게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릴까봐 실로 걱정이 된다 이 말이다.“ 순간적인 일이었으나 그 시간은 꽤 길게 느껴졌다. 그는 말을 마치자 어느 새 다음 역에서 내려 버렸다.그러자 그 젊은이는 벌떡 일어나서 빈자리가 난 곳으로 얼른 찾아가 앉아서 여전히 그 노트를 드려다 보고 있었다. 원래 어른들이라면 지나가다가도 아이들이 잘못 그르치는 일들이 보이면 일깨워 주어야 되고 ... 저렇게 쓴 소리도 기탄 없이 해 줘야 되는 건데... 글쎄, 요새 세상에 어느 누가 제 자식도 아닌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를 향해 이런 뼈가 있고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한마디인들 던질까... 그는 시대적 상황이 어려운 시기인지라 우리들의 모든 젊은이에게 던지고 싶은 말을 했었을지도 모른다. 요즈음에 와서 누가 보던 말던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행동하며 편한걸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대한 우국충정 같은 충언이 아니었을까... 너무나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세상으로 변해 버린 세상에 한줄기 햇빛을 본 듯 마음이 후련하다. 나는 한 동안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09 년 3월 |

2009.03.05 16:38
뜻 깊은 한마디 말
조회 수 740 추천 수 7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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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후배님 안녕하세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또 단일민족이라는
동질감을 가지고 있어서 남의 아이도 내 아이의 경우로
생각이 들어서 그런 잔소리를 한게 아닌가 해요.
그래도 최근에는 옆에서 누가 린치를 당하거나 모욕을 당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어요.
그런때는 참 야속하기도 하고
이게 서양의 풍조가 들어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곳에서 살면서 격는 애환들을 써 주셔서
외국생활의 궁금증들을 알게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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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이선배님의 글을 <부고필라>에 실었습니다.
선배님의 글속에 등장하는 "그 때부터 누군가를 보고
댓쪽처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씀하는
육십줄 중반쯤 되어보이는 남자 어르신이"
필경 연세로는 저희 15회 정도되시는 분이로군요.
근데, 젊은이들을 그렇게 호되게 야단쳐도 됩니까?
요새 세상이 하도 거칠어서...
글의 하단에 있는 사진을 옮겨보려고 애를 쓰다가
실패하고 다른 사진을 빌려 실었습니다.
언제 틈을 내어 김혁 선배님께 강습을 좀 받아야 될 듯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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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읽으면서 이곳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많이 느끼게 됩니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면, 군중앞에서
큰소리를 냈다간 오히려 소리를 낸사람이 욕을 먹는
것이 당연한 일로 아는 이곳 사람 들입니다.
예를 들어 놀기 좋아 하는 제 친구 Mary는 자주 파티를 해서
늘 시끌벅쩍 하게 지내서, 가끔은 옆집사람이 경찰을 불렀어요.
시끄러운 것이 그들을 괴롭히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때마다 Mary 부부는 옆집에 사죄를 했었고요 , 수단 좋은 제 친구는
아예 옆집 식구들도 불러드려 함께 파티를 하면서 문제는 해결 되었지만.
좀처럼 자신에게 피해되는 일이 아니면 참견을 하지 않는
이곳 사람들을 오래 살면서 아직도 배우면서 살고 있어요.
많은 한국분들이 참견하기 좋아하는것중에 하나가 저처럼 과년한
딸이 결혼을 않고 있는것이지요.
딸애가 아직 짝이 될만할 사람을 찾지 못했기에 저의 부부는 자기
삶에 열심인 딸을 긍정을 갖고 지켜보며 걱정을 않지만, 어떠분은
언제쯤 시집을 보낼꺼냐고 종주먹을 댑니다. 이런 나에게 Mary 는
큰 도움을 주었지요.
Mary 는 제 딸의 결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질문을 퍼 붓는 사람들에게
딸의 직장번호를 주고 , 직접 딸에게 물어보고 알려 달라고 선수를 치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다시는 딸에대해 질문을 받지않게 되었습니다.
저의 시어머님은 저의 집에서 차로 20분 걸리는 곳에 있는 노인 아파트
에 사십니다. 자주 음식을 만들어 갖고 찾아 뵙고 매일 전화를 드립니다.
어머님을 뵈러 갈때는 우리 들의 옷차림이 멋이있어야 된다고 강조 하시는
분이세요. 남에게 잘보여야 된다는것에 거부감을 갖는 모르쇠는 이점을
잘 투덜대지만, 그래도 제말은 잘 따르지만............
몇해전에 어느날 작은 딸애가 무릎에 구멍이 뚫린 청바지를 입고가서 하루밤을 자고 났더니 할머니가 누비질을 해서 구멍을 막아놨다고 화가 대단히 난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엔 젊은 남녀가 구멍난 청바지를 많이 입었었죠.
그것도 유행이라고 잘 설명 드렸더니 누가 볼까봐 챙피 하셔서
그러 셨다고 했습니다. 물론 딸에게는 할머님이 잘못 하신거라고 도닥거려
주었습니다.
제가 알고 지내는 많은 미국분들은 대부분 열심히 일들을하십니다.
80세가 넘으신 분들도 여러명 되고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일들을 좋아하십니다.
늙은이들이 일한다고 비평 하는 분들도 없고요. 고령이란 말을
했다가는 큰일 납니다.제가 딱 65살 되는해에 은퇴를 할때
많은 분들이 섭섭해 하셨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병이난 남편을
돕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지금은 위로를 해줍니다.
답글이 또 길어 졌어요.
제가 느끼는 이곳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자주 들어오셔서 반갑습니다. 항상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