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라늄) ( 꽃을 사는 사람들...) 청 초 모란지하철역에 내려서 에스카레이타를 타고 장터로 올라가노라니 벌써 사람들은 손에손에 무언가 비닐 보따리를 잔뜩 들고 돌아들 간다. 그 중에는 봄이 되어 식목일이 가까워 지니 주로 여러가지 묘목들을 사간다. 대추나무, 감나무 등의 묘목은 사가는 분의 연세로 봐서 당신 평생에 그 대추나, 감이 열려서 따서 자셔 볼 수 있을까 싶은 어르신네들이 꾸부정한 허리에 중절모를 쓰시고,.. 오늘 죽더라도 나는 내일을 위해 사과나무 한 구루라도 심겠다는 심오한 뜻이 있어서 인지... 희망을 심는다는 뜻이시겠지... 모란장날 본 장터에 들어가다 보면 바로 길옆에 농기구 가게가 두어 개 있다. 요즈음 같은 시절에도 어디엔가 있을 대장간에서 만들었을 농기구들을 쭉 늘어놓고 팔고 있다. 호미, 낫, 곡괭이, 도끼, 철사 망으로 만든 네모난 쥐틀, 쇠스랑, 갈대 풀로 만든 빗자루 등등... 이런 것들은 이제는 이름조차 생소해지고 요즈음은 주변 에서 휘귀해 져서 까맣게 잊혀졌던 옛날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게도 한다. 우리집 화분에 핀 꽃이 모두 져서 무료해 지면 무슨 새로운 꽃이나 나와 있을까 싶어서 매번 모란장날에 가 본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중에서도 꽃을 사가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어떤 이는 흰색 치자 꽃을 사가지고 간다. 나도 그 꽃을 아주 옛날에 키워 보았다. 그 꽃은 향기가 어찌도 찐한지 골치가 지끈찌끈 아플 지경이다.그 사람은 멋도 모르고 처음 샀으니까 잘 키울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참으로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옷차림이 남루하거나, 잘 차려 입었거나,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너도나도 난초도 사고 양란도 사고. 풍란도, 씨크라멘, 동백꽃, 장미꽃도 사고. 아프리칸 바이오렛도 사 간다. 다들 무슨 꽃이든 값이 문제가 아니란 듯이... 마치 장날을 기다렸다가 꽃만 사러 온 사람들처럼... 요즈음처럼 살기가 참으로 어려울 세월인데도...다들 먹고 살기가 괜찮은 모양이다. 그 돈으로 차라리 맛있는 걸 사서 먹던가, 예쁜 봄옷이라도 비싸지 않은 걸로 사서 입던가 하는 쪽이 훨씬 합리적일 것 같은데 남루한 옷을 걸친 이도 꽃을 산다. 하기사 나도 한때는 반찬거리를 한 가지 덜 사고라도 갖고 싶은 꽃을 사들고 돌아 오곤 했었다. 꽃을 보고 키우고 즐긴다는 것은 그만큼 정신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도 빨간 색과 흰색 두가지 제라늄꽃과 빨간 페츄니아 꽃 모종을 사기로 했다. 이 제라늄 꽃은 냄새는 좀 좋지 않지만 겨우 내 피고 지는 전천후 꽃이다. 가지를 꺾어 땅에 꽂으면 뿌리를 내리기도 하며 잘 산다. 돌아 다녀보니 별다른 꽃도 없기에 이 꽃을 선택 했다. 몇해 전 유럽여행을 갔을 때 그곳 관광버스를 타고 스위스를 지나가는 길가 집 창문마다 울긋불긋 꽃이 예쁘게 장식해져 있었는데 그 꽃이 바로 이 꽃들이라 들었다. 이 꽃의 이상한 향기가 해충을 막는다고 한다.그래서 다들 창가에 놔 두었었나?.. 아리까리... 우선 이것저것 다른 구경도 하고 사기도 하면서 제일 마지막에 꽃을 사러 가서 보면 파장이라 힘 안들이고 좀 싸게도 살수 있다. 꽃을 사들고 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우리도 행복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09년 3월27일 ![]() (3월 현재의 버드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