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수목원에서)
(1) 연일 한반도를 엄습하면서 숨쉬기조차 괴롭게 하던 황사도 모처럼 사라지고 오늘은 맑은 하늘에 약간은 쌀쌀한 바람 ...오랜만에 나서는 여행길에 공연히 마음은 다급 하기만 하다. 아침 10시 30분 출발인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집을 일찍 나섰는 데 편리하게도 가까이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이 오늘 따라 고맙기조차 하다. 차표를 사고도 한 삼십분 기다리게 되다 보니 같이 타고 가게 될 승객들을 둘러보게 됐다.요즈음은 시골과 서울사람의 차이를 겉차림에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전국민의 생활수준도 높게 평준화가 된 것처럼 보인다. 다들 단정한 차림에 신들도 가죽 대신 비싸지 않은 인조피혁의 개발 덕분에 모두들 성한 신을 보기좋게 신고 있다. 어느 두 모녀인 듯 보이기도 하고 시어머니 며느리인 듯이 보이기도 한두 여인이 옆 걸상에 오면서 눈길이 가서 그들의 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커피라도 한잔 뽑아 드릴까요?" 젊은이의 상냥한 물음에 "괜찮다. 어서 여기 앉아라. 다리 아프겠다." 외양은 아이라도 낳았는지 조금은 묵은 며느리인 듯 하나 어머니 앞에그 하는 품새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정하여서 친 모녀인가 ?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라면 저 어머니는 참으로 며느리를 잘 보았구나. 그만 들어가라고 종용하는 어른의 말을 못들은 체 버스가 떠날 때까지 걸상에 앉아 다정하게 배웅하는 무던하게 생긴 그 젊은이가 누구일까 하던 궁금증을 사람의 눈은 같은지 우리의 바로 앞자리에 그녀와 같이 앉게 된 옆자리 아주머니가 묻는 소리가 알려 주었다. " 딸입니까? 조카며느리입니까?" " 아 예, 며느리입니다." 듣는 순간 움직이는 차창 밖으로 내려다보니 수수한 차림의 그 며느리는 따뜻한 미소를 띄우고 손을 흔들며 아직도 그 자리에서 배웅을 하고 서서 있다. 요즈음도 저런 젊은이가 있나.... 새삼 그 집안에는 큰 보물이 들어 왔구나... 앞좌석에 앉은 여인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2) 오늘은 전주에 있는 어느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작은 아들아이를 보기위해 오랜만에 가는 길이다. 가는 김에 그곳에서 봄 낚시도 할 예정이다. 우리가 할 낚시채비가 든 조그맣고 긴 빨간색 가방도 메고 나섰었다. 전주 근처에는 저수지가 아주 많다. 그러다 보니 낚시터도 곳곳에 산재 해 있다. 아이의 강의가 모두 끝난 오후 우리는 마중을 나온 아들과 점심을 먹은 후아이가 모는 차를 타고 가면서 지렁이에 떡밥도 사고 신명나게 낚시터로 향했다. 작은 아이는 그 애가 초등학교 삼학년 무렵부터 낚시를 데리고 다녀서 우리는 그 아이와 공유한 지난날의 추억도 많지만 지금도 낚시하면 거의 전우(戰友)와 같은 우의(友誼)와 즐거움을 같이 할 수 있다. 서울보다 남쪽이니 따뜻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날씨가 쌀쌀하다. 수온도차서 차를 타고 우리는 기동성 있게 몇 군데를 옮겨 다니면서 싱싱한 지렁이와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는 떡밥도 물에 개어서 큰 콩알만 하게 매달고 낚싯대를 부지런히 던졌건만 붕어들과는 인사도 못하고 기대 이하의 조항이다. 전날 좀 춥더니 수온이 차서 붕어들이 꼼짝도 안 하는 모양이라고 아이가 미안한 듯 입을 띤다. 다음날 아침, 조반을 마친 후 조금 늦으막하게 떠난 마지막 낚시터에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관상수를 키우는 식목원에 도착 했다. 때 마춰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민들레 노란꽃이 너무나 환상적으로 이곳저곳에 무더기로 예쁘게 피어 있어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수년 전 이맘때쯤 유럽남부에 여행을 갔을 때다. 네델란드니 프랑스 파리의 길가 가로수나 가로등 아래빈틈에 자연스럽게 수없이 피어 있어서 인상에 남았던 노란 민들레꽃이 연상 되었다. 돌아 나올 무렵 찍어서 우리 홈에 올려야지 마음먹고 그냥 지나쳐 갔다. 낚시터를 떠날 무렵 미리 걸어 나와서 그 곳에 돌아가 보니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 대여섯 명의 일가 형제인 듯한 이들이 떼를 지어 자루와 삽을 들고 아예 도리를 해서 민들레를 몽땅 뽑아내어 파헤쳐진 흙 자리만이 남았다. 그 많이 펴 있었던 민들레 노란 꽃들은 무참히 자루 속에 뿌리를 거꾸로 한 채 담겨 아무렇게나 쓰셔 넣어져 있다. 너무나 당혹하여서 그들에게 내가 하는 말이 "어쩜 다른 사람들도 보게 좀 남겨 두어야지 이럴 수가 있어요, 나는 사진을 찍으려고 왔는 데..." 그들은 자기들 무리를 믿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당하기 만 하다. T.V 에 민들레가 몸에 좋다는 방송이 나온 직후라 가져다가 나물을 해 먹으려고 하는 의도는 짐작이 갔다. 하지만 아름다운 봄날에 예쁘게 피어나서 도심에서 찌들다가 모처럼 교외로 나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위안을 주는 이 야생화를 차를 몰고 떼를 지어 몰려와서 몽땅 파서 가져 가버리는 그들의 행태가 너무나 괘씸하기도 하고 세상에 이기적이고 몰염치한 사람들이 많기도 하구나... 서글프기 조차 하다. 뒤따라 차를 몰고 나온 아들의 차에 올라 타면서 "저 모양들이니 한국의 산에 야생동물들까지도 멸종을 해서 남아나지를 않지..." 그들이 듣거나 말거나 나는 조금 큰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며 가는 동안 솟구치는 울분을 참아야만 했다. 06년 4월 18일 씀 09년 4월 13일 |

2009.04.13 19:05
아! 샛노란 민들레 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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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의 글을 4월 20일 <부고필라>에 실었더니, 서울에 사는 15회 정동진동문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올렸군요.
"봄이 되면 전국의 이산 저산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진달래축제며 철쭉제며 많은 행사가 열리죠. 지자체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철마다 마련하는 행사의 일환입니다. 문제는 동네 아줌마, 할머니들 뿐 아니라 관광객까지도 야생화며 산나물을 채취한다고 산을 온통 파헤쳐놓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예요."
이선배님의 좋은 글을 <부고필라> 독자들이 감사하며 잘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