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가 날아 오르는 호숫가에서 ...(후편)

by 이용분 posted May 0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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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터 물속 풀)

      백로가 날아 오르는 호숫가에서 ...  (후편)               청초  

       순간 마음 속에 찌르르... 작은 전율이 인다.
      어른들 눈에는 잘 띄지도 않을 보잘것 없이 아주 작은 꽃...
      신이 요렇게 작은 꽃을 만드실 때에는 다 뜻이 있었겠지...
      꽃이라면 모두 크고 탐스러워야만 되는 건 욕심많은 어른들의 시각일것이다.

      멥쌀알만 한 작은 냉이 꽃도 꽃이었다. 여섯 살짜리 작은 손자의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마련한 꽃 선물에 나는 마음 아래 저편에 잠자고 있던 기쁨의 물결들이
      서서히 일렁이면서 마음속이 차차 작은 행복감에 젖어 드는 것이었다.

      이제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 가려 한다. 갑자기 피로도 엄습 해 온다.
      우리는 일단 낚시대를 접고 내일을 기약하고 집으로 향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늦으감치 아침을 먹고 손녀의 재롱은 저녁에 다시 와
      보기로 하고 아들은 우리를 낚시터로 태우고 간다. 평소 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라며 찾아 가서 우리를 앉혀준다. 어제는 다른 사람들이 앉았었기 때문에
      오늘은 바로 그 자리에 데려 간 것이다.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며느리가 마련해 준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고 오후에 강의가 있는 아들은 학교로
      가 버렸다. 손자도 유치원에 가는 날이라 우리 둘만 호젓이 남았다.
      붕어 풀들이 욱어진 저수지 물속의 빈 공간을 찾아 낚시찌를 기술적으로 정확히
      던져야만 된다. 한 동안 낚시를 안간 나는 기술도 많이 퇴보 해 있다.
      붕어들은 땅이 우묵하게 패인 곳이나 모이는 장소에만 모이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맑은 물속에는 물풀이 맨땅 위에서 처럼 아름답게 뻗어 나가고 있다. 물위에는
      오랜만에 보는 소금쟁이가 수면 위로 수상스키를 타듯 가벼운 뜀뛰기로 잽싸게
      미끄럼질을 하고 있다. 참으로 반가웠다. 이 벌레는 일급수에서 만 사는 녀석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이곳에는 공해시설이 없으니 물이 아주 깨끗한 모양이다.
      이 골짜기 저 꼴짜기에서는 장끼와 까투리 소리가 날카롭다.
      오월의 해 맑은 하늘에서 온갖 새들의 지저귐이 경연 대회라도 벌리는 듯 산울림
      으로 제가끔 명료하고 아름답다.

      '부왕~부왕~'
      아니 이건 황소개구리 소리가 아닌가 베...?  짝을 찾는지 큰 울음 소리로 서로를
      부르고 있다.  이것들은 번식력이 아주 강해서 온 군데로 퍼질텐데...
      그것들은 붕어나 토종개구리를 몽땅 잡아 먹어 물속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통에
      아주 골치꺼리라고 한다.

      바로 그때 저수지 건너편 하늘에 뜻밖에도 하얀 백로가 한 마리 유유히 날아와서
      물가에 앉는 게 보인다. 작은 물고기가 많은 이곳은 그들의 먹이 서식처인 모양이다.
      그 때부터 그 새가 붕어를 잡나 못 잡나... 나의 라이벌이자 연구대상이 생긴것이다.

      나는 그 백로가 우아하게 날아가는 정경을 디카로 순간 포착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꼭 내가 다른 행동을 할 때마다 조금씩 움직이다가
      디카를 들면 그만 날아 가 버리는 게 아닌가. 결국 백로가 비상하는 광경은 잡을 수가
      없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 붕어 한두 마리를 잡고 못잡는 게 무어 그리 큰 문제가 될 일인가...
      이렇게 풍광이 좋은 곳에 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는 게 얼마만인가.
      그러자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 온다. 어제 손자의 사진을 찍으려고 들러 보았을 때
      낚시 쓰레기가 발디딜 틈없이 버려진 것에 눈길이 갔다. 나는 붕어 잡기를 일단 접
      어 두고 그 쓰레기들을 모두 치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빈 유리술병,프라스틱 빈병 빈 맥주깡통 라면 봉지 낚시 떡밥을 담았던 까만비닐봉지
      지렁이통 등등 쓰레기도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다. 처음에는 좀 굵은 마른 나뭇가지를
      꺽어서 지역이 넓은 관계로 세곳에 나누어 모았다. 물속에 떠 있는 비닐 봉지들도
      손이 닿는 대로 건져서 모은다.처음에는 말리던 남편도 함께 합세를 해서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봄날의 파란 풀로 덮인 원래의 아름다운 호숫가 풍경이 제 모습을 들어 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인가...
      여유롭게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까만 비닐봉투가 바람에 펄럭이는 게 보인다.
      아무래도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산지사방으로 이것들이 흩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시 이번에는 맨 손으로 까만 비닐봉투만을 골라서 모우기 시작 했다.
      조금 큰봉지 속에 모운 비닐들을 모두 집어 넣고 아구리를 꼭 매어 놓는다.
      라이타만 있었다면 분리해서 태웠으면 좋았을 것을...
      누군가가 뒤 따라 그렇게만 해 준다면 다행이련만...

      뒤늦게 우리를 데리러 돌아 온 아들이 맨손으로 그렇게 하는 걸 보고 질색을 한다.
      쓰레기 쌓인 자리에 들쥐들이 돌아 다니는 걸 보았다며 한 걱정을 한다.
      맞는 말이다.농부들이 들 일을 나갔다가 들쥐의 배설물이나 들쥐벼룩에게 병균이
      감염됬다는 기사를 종종 들어 알고 있던 터다. 그러나 후회하기에는 이미 때는
      늦었다.얼른 집에 돌아가서 모두 깨끗이 씻어 버려야지...
      우리는 부랴부랴 낚시도구를 걷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깨끗해진 그 호수가에 오월의 연초록색 풀들이 넘어가는 석양 빛에 역광으로 비치면서
      빚어내던 그 아름다운 풍경이 깊게 각인되어 언제까지나 나의 마음 속에 머무를 것
      같은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09년 5월 5일 
                                         
                                              
       (낚시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