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백조가족 이야기.

by 이용분 posted May 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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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해도 도야호의 백조)

    북해도 백조가족 이야기

    1958년 3월 말 쯤의 일이다.
    일본 <곤센하라>의 <시라루도로湖> 湖水에서 한 수렵사가 백조를 총으로
    쏘았다.  탄환은 여섯 마리 한 가족 중에 어린 한 마리의 어린 백조에 맞았다.
    다행히 급소는 피해 빗나갔지만 날개가 상하게 되었다.

    백조는 몇 천 마리의 대집단이라 하더라도 대개는 한 가족을 기본 단위로 구성
    되어 있다고 한다. 한 가족의 다섯 마리는 얼음 위에서 날개를 쉬고 있을 때에도
    다친 어린 백조는 수면에서 얼음 위로 올라 갈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북극의 고향으로 돌아 갈 날이 차츰 다가왔다.
    하루하루 다른 백조 가족들은 자기네 가족끼리 날라 올라갔다. 이 여섯 마리
    일가도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4월 중순 어느 날  이 일가(一家)는
    드디어 하늘 높이 올라갔다.
    상처 입은 어린 백조는 그것을 보면서 헛날개짓을 하였다.
    하늘의 다섯 마리는 한참 동안 선회하다가 다시 내려왔다.

    같은 일이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반복 되었다. 여섯 마리는 그때마다 격렬하게
    울어 대었다. 4월 20일이 지나서 이 나를 수 없는 한 마리를 남겨놓고 산 너머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한 시간쯤 지나니까 다시 돌아 왔다.

    다음 날에는 돌아오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다. 그다음 날은 점점 더 길게 되었다.
    다른 백조의 가족들은 이제는 완전히 다 철수 해 버렸다.
    호수 가에서 이 백조를 지켜 본 산에서 숯을 구워 팔아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있었다. 4월 26일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그 백조가족 들이 그때 까지도 크게
    울부짖고 있었다.

    날지 못하는 한 마리의 어린 백조 위에 다른 다섯 마리가 몇 번이고 다시
    몇 번이고 선화(旋回)하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우는 소리도 목이 쉰 것같이
    생각이 들도록 크게 울면서 다섯 마리의 백조는 산그늘 너머로 사라져갔다.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날지 못하는 백조는 이로부터 한달정도 (센모우線 )의
    열차 창(列車窓)에서도 보였다고 한다.

    ( 北國의 動物들에서 )
                                            2003년 4 월13 일



    ( 옮긴이의 말)
    늦은 나이에 일어를 배우면서 낯선 외국말에서 한 구절 한 구절 우리말 뜻으로
    돋아나는 의미들을 보면서 슬프기도 하지만 공부를 한 보람을 느낀 글입니다.

    몇 년 전 북해도 여행을 갔을 때 만난 백조는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실제 낯선
    사람을 싫어하는 공격적이고 사나운 새였습니다.
    조금은 환상이 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09년 5월 20일 청초 옮김


   (북해도 거리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