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송화 꽃)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이니까 정말 한참 전 어느 해인가.... 우리가 새로 이사간 뜰이 제법 넓은 집에 여러가지 꽃들과 함께 겹 채송화를 꽃밭 가장자리에 빈틈 없이 심었다. 한 여름 따가운 햇볕을 쬐어서 해 맑은 하얀색, 노랑이, 다홍이, 분홍이로 각가지색 채송화 꽃이 한창 어우러져 피었다. 어느 날 지나던 자동차가 새로 쌓은 우리집 담장에 부딪쳐서 갑자기 긴 담장이 몽땅 와르륵 무너져 버려 동내 사람들은 물론 오고 가는 행인들 까지 우리 집을 넘겨다 보면서 다른 꽃들과 어우러져 예쁘게 핀 채송화 꽃 들을 보고는 찬탄을 금치 못하던 기억이 새롭다. 잎은 누르면 톡 터질것만 같고 꽃 잎은 나비의 날개처럼 여리고 정말 앙징맞고 귀여운 꽃. 키는 앉아서 드려다 보아야 될 정도로 자그마하고, 씨앗도 눈을 씻고 잘 드려다 보아야 보일 정도로 먼지 같이 너무나 작은 이 검회색 빛갈의 씨앗 속에서 어떻게 이런 예쁜 꽃이 생겨 날까 ? 조물주의 조화이시지... 그 후로 우리집 당장을 다시 쌓을 때에는 동네 사람들이 `어째 그리 고운 꽃들을 혼자 보려고 담을 쌓느냐"고 지나다니는 이웃들과 친구들이 서운해 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요 근래에는 웬만해서는 씨앗 구하기 조차 어려워서 채송화 꽃을 보기란 참으로 힘들다. 가로(街路)에 심어 놓은 화분에도 모두 외래종 페추니아.펜지등 심기쉽고 화려한 외국산 꽃들이 토종 꽃들을 밀어내고 토착화(土着化 )되고 있다. 우리눈에 익었던 백일홍,분꽃,맨드라미,도라지,꽈리등은 한적한 시골 향토 음식점에 가 보면 이제는 장식품처럼 되어서 한옆에 놓여진 장독대 옆에 민속꽃 처럼 되어서, 음식점 주인이 우리 전통음식들과 갖추어서 손님들의 향수를 달래 주려는 조금은 영업적인 배려로 심겨져 있을 뿐이다. 나는 까만 콩같이 생긴 분꽃씨나, 깨알보다 더작은 맨드라미씨가 잘 영글어서 까맣게 열려 있으면 지금도 열심히 그 씨를 종이에 받아 싸서 가지고 오곤한다. 그런 꽃들을 생각 해 보면은 어릴 적 우리집 앞 마당에 분홍색이나 진분홍, 노란색으로 낮에는 활짝 피고 저녁이면 오무리는 분꽃을 따서 피리를 만들어 불어 주면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시던 이제는 이 세상에는 안계신 무던하시던 우리 친정어머니의 젊은날과 가족들과 함께 단란했던 나의 어린시절... 어느 새 흐르는 세월과 함께 아득히 사라져 가 버린 그 시절이 문득 생각이 나서 마냥 솟구치는 그리움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2003년 ![]() (백일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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