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왜 울까...

by 이용분 posted Jun 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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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는 왜 울까...                             청 초

    점심을 먹는데 열려 있는 뒤 부엌 창문을 통해 유난히 맑은 새소리가 들려온다.
    새 소리가 하도 듣기 좋아서 장난 끼가 동한 내가 역설적으로 말을 했다.

    “기분 나쁘게 왜 저리 시끄럽게 새들이 우짖는 거야“
    라고 말을 했더니. 이에 남편이 말하기를
    “점심때라 배가 고파서 신경질이 나서 저렇게 우는 거야”
    라고 말을 한다. 나는 속으로 맞는 말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 조류 애호가가 기르는 새장 속의 한마리의 꾀꼬리가 아주 즐겁게 울고
    있었다.
    더 예쁘게 많이 울라고 짝을 맞추어 주고 먹이와 야채를 넉넉히 넣어 주었다.

    그 때 부텨 그 새는 생전 울지를 않고  저희끼리 주둥이를 맞추면서
    잔뜩 기대에 부푼 새 주인의 애간장만 태우는 것이었다.

    하도 답답하여 새 장사에게 찾아가서 연유를 물었다. 새 장사 왈.
    짝이 생겨서 외롭지도 않고 배도 고프지 않아서 행복한데 왜 울겠어요.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요즈음 어린이.
                  
    아파트 현관 입구에 누군가가 곱게 핀 활련꽃 화분을 양옆에 세개씩 여섯개나
    사놓았다. 한 이틀 지내니 벌써 꽃이 지려 한다.

    문우회에 공부를 하러 나가는 길
    디카 카메라를 들고 꽃을 막 찍으려는데 아주 귀엽게 생긴 여자 어린이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하도 귀엽게 생겼기에 찎어주고 싶어서 말을 걸었다.

    "아기야, 너 이 꽃 앞에서 사진 찍어 줄께^^"
    ‘싫어요. 나 사진 안 찍을래요.“

    “나 네가 예뻐서 그러는데 정말이야 ?^^”
    “ 나 관심 없어요.”
    이리 저리 나대면서 이렇게 확실하게 답을 하는 게 아니가.

    “너 몇 살이니?”
    “세살이에요.”
    세살 치고는 너무나 똑똑 하다.

    그 여자 어린이는 만 세살인가 보다.
    사진을 찍어 주고 싶어서 청을 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을 당했다.
    세살짜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이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에게
    한방 먹은 기분이다.
    어쩌면 저리도 똑똑 할까... 가히 탈렌트 급이다.

    나의 손녀는 어떻던가. 말이 늦 되어서 그런지 전화를 걸면 겨우
    "함니" "하부지 &*#&+$*..."  소리로 대답을 한다.

    나는 그 애가 옹알거리는 소리에
    "그랬어..." "그래... " "혜원이 할머니가 마니 마니 사랑해"
    하면 손녀 혜원이는 전화기에 대고 뽀뽀를 연방 해 댄다고 한다.

    이따끔 성인 드라마에 나오는 아역 배우들이 어른 못지 않게 어려운 대사에
    표정 연기까지 잘 해내는 걸 보며 감탄을 금치 못 한적은 종종 있다.

    신통하다고 해야 할지 어이없어 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짐작컨대 하도 어린이 유괘사건이 일어나니 아이의 부모가 단단히
    그리 가르쳤을 게 틀림없다.

    어린 아기가 아기답지 않게 이렇게 톡 바라진 대답에 망연자실한 기분이다.
    험한 세상이 이런 어린아이가 어린이 답지 않게 말을하고 이렇게 과잉 자기
    방어를 하게끔 만든 게 아닐까 하고 씁쓰름한 생각을 하게 했다.                                        
                                                2009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