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처럼 많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맞이 했던 봄이건만... 예쁘고 아름다운 꽃들도 제 가끔 제 생김대로의 자태로 한꺼번에 시새움하듯 줄줄이 피어 나더니 차례차례 그 명을 다한듯 서럽게도 쫓기듯이 낙화를 시작한다. 전례 없이 불어 닥치는 황사 바람을 피해 사이사이로 겨우 나 다닌 시원찮은 봄꽃 나드리가 아마도 마지막일 듯 이번 봄도 서서히 달력에만 자취를 남긴 채 저만치 달아나려 하고 있다. 가까운 앞산은 푸른색 실 연두빛 실 연분홍 빛의 실크실로 비단 천에 한뜸한뜸 정성스레 수를 놓은듯이 몽실몽실 고운 겉옷을 두르고 있다. 가히 금수강산(錦繡江山)이다. 늦게 잠이 깬 들녘은 이제 서서히 짓푸른 색으로 제철을 구가한다. 시집살이는 젊어가고 사람은 늙어 간다든가. 살림살이가 몇십 년을 묵으니 버리지 않으면 온 집안이 물건 천지다. 집을 사서 새로 이사오는 젊은이들은 우선 집이 빈 채 수리를 하니 쉽고 또 젊어서 겁도 없이 뚝닥 뚝닥 뜯어서 새로운 감각으로 집을 수리를 잘들도 한다. 우리는 그냥 앉아서 가구들이 있는 상태에서는 도저히 도배도 할 念을 못 내겠다. 최근 새로 짓는 아파트는 집 전체를 가구를 만들듯 구석구석 섬세하고 편리하게 만드니 자연히 집 값이 가구값 처럼 비싸지게 마련인것 같다. 우린 부족한 수납 공간을 새로 만드는 심을 대고 수수한 모양의 옷 넣는 서랍장을 하나 더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느 날 아들 아이가 모는 차를 타고 멀리 용인에 있는 가구점을 여러군데 둘러 보기도 했다. 수입 가구라 턱 없이 비싸기만 할뿐 쓸만한 물건을 찾지 못한 채 헛걸음을 쳤었는데 마침 가까운 곳에 값도 적당하고 색조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 사기로 했다. 우선 세월 지나 뜯어 낸 카렌다의 하얀 면을 위로해서 서랍의 바닥에 반듯하게 깔아 놓고 이제 너무 유행이 지났거나 헐은 옷은 정리해서 버리기로 했다. 일목요연 찾기 쉽게 정리를 해서 가득이나 건망증이 심해 두고도 찾지 못해서 못 입고 두고도 또 사는 일이 없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옷은 하도 입어 나른나른 얇아져서 헤어지도록 입고, 어떤 옷은 사 놓은 후 한번도 입지 않아서 새 옷으로 그냥 남아 있기도 하다. 이 옷은 살때 명동 일류 의상실에서 남편과 함께 가서 산것인데 화려하면서도 고상하여서 아주 즐겨 입던 옷이다. 그 후로 입으면서 젊은 날의 좋은 추억이 많이 서려 있어서 버리기 안타깝다. 전에는 상의가 아주 길게 유행하더니 이상하게도 요즈음은 윗저고리를 아주 짧게 만들어서 입는 게 유행이다. 눈에 띄게 유행에 처진 값이 비쌌던 이 옷들을 어떻게 할까 ?...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다. 세월 지나면은 다시 길어 질 날이 있을 테지 하고 그냥 두기로 한다. 보라색 이 옷은 아직도 몇번 안 입은 새것인데 혹시 내가 다시 날씬 해지면 입어야지 하고 걷어 들이고... 처음에는 무조건 다 버려야지 하고 굳게 먹었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러다 보니 결국 버릴게 별로 없다. "산에는 저리 녹음이 짙어 졌는데도 날씨는 와 이리 춥노" 하며 동의를 구하듯 처다 보며 지나는 어떤 중노인의 말 대로 등에는 땀이 나고 바람은 선득선득 하여 으슬으슬 추운 속에 잘못하면 감기 들기 십상이다. 그런 와중에도 저만치 화살처럼 날라 가고 있는 세월은 어이 잡을까...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확 더워지면서 여름이 오겠지... 지금 까지의 우리의 삶이 항상 그러했듯이... 06년 4월 28일 (수필은 우리 삶의 진솔한 기록물이다. 2006년에는 황사가 심했던 모양이다. 올 해에는 황사 없는 깨끗한 봄날씨의 연속이었다.) 09년 6월 26일 ![]() |

2009.06.27 12:03
우리의 삶이 항상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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