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비 내리는 날

by 이용분 posted Jul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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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소화)                                                    

    장마 비 내리는 날                                     청초  

    "따르릉 따르릉 "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머니!  비가 많이 오지요?  점심은 잡수셨어요?^^ ”
    “그런데 어머니, 아버지, 탄천에 나가지 마세요. 위험해요^^”
    강서지역에 따로 사는 큰 아들의 염려 전화다.

    “그래 지붕은 새지 않니? 마당 하수구도 괜찮고 ?^^‘
    “예, 괜찮아요. 어머니^^”
    폭우가 연일 쏟아지니 나는 옛날 집에 사는 아들네가 걱정이다.

    그러잖아도 비가 그치면 점심을 사 먹은 다음 탄천 물 구경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T.V. 뉴스에서 탄천 교각이 장맛비로 찰랑찰랑 다리 목까지 가득 찬게
    나오는 장면을 보고 그만 두려던 참 인데 아들 아이도 그 뉴스를 본 모양이다.

    지난 주에도 그랬다. 아파트 높은 층에서는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지는지는  
    아래층 현관에 내려와서야 알게 된다. 멋도 모르고 작은 우산을 들고 나왔었다.
    당장 장대비를 맞게 되었다.  
    천둥번개에 무섭게 들이치며 내리는 비에 속수무책 당장 바지 자락이 다 젖었다.  

    밀려들어 오는 빗물에 신발 속은 모 심는 논바닥 모양 물로 가득 찼다. 점차로 옷도
    젖어 물에 빠진 새양쥐 모양이 되었다. 지하철 안에서 선반 위에 놓인 헌 신문지로
    신발 속의 물기를 제거 하느라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내내 구질구질 바빴다.
    옷은 제절로 마르지만 신발 안은 그냥 두면 잠시 사이에 무좀에 걸릴 염려가 있어서다.

    옆에서 이를 보던 사람들은 읽던 신문지를 넘겨 주면서 자기 일인양 거들어 주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알고 보면 참으로 따뜻한 세상이다.
    눈여겨 보니 모두들 골프용 우산 처럼 긴 우산들을 들고 있다.
    이 처럼 큰 비에는 큰 우산도 불가항력(不可抗力) 일 것이다.

    계속 되는 빗속에 낮에 돌아 올 때 보니 집으로 건너가는 다리 밑으로 진흙탕 물결이
    노도와 같은 기세로 아래로 아래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올해는 장마 비라도 참하게 쏟아진다. 한 이틀 오고 이틀은 개이고 ...
    남역 땅에서는 올해도 예외 없이 장마 피해에 대해서 T.V는 연일 보도를 한다.

    그 날 저녘을 마친 후에 탄천 본류에 운동 삼아 찾아 가 보았다. 긴 머리 결 같은  
    풀들이 하류를 향해 일제히 들어 누워 있다. 가히 장맛비의 위력을 가늠하게 한다.
    이미 뒷 청소를 했는지 장마 쓰레기들을 담은 부대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서쪽으로 누엿누엿 해가 질 녘이었다.  어느 새 누런색 보리 잠자리 떼들이 날고
    있다. 하루살이를 쫓아 이리저리 날면서 날렵하게 먹이를 나꿔 채고들 있다.
    계절이 벌써 이리 됬나?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이런 하찮은 미물들이 먼저
    절기를 알아채고 홀연히 나타나나서 언제나 사람들의 무딘 감성을 일깨워 준다.

    새벽녘 부터 억센 빗줄기가 휘몰아치더니 드디어 넘치는 진흙탕 물에 호우경보
    까지 내려진 것이다. 집안에 갇혀서 뒷 곁을 내려다보니 수시로 쏟아져 내리는
    장대 비에 개울의 물높이가 금새 올랐다 내렸다 한다.

    어정쩡 칠월이라던가...
    이제 무더운 여름으로 치닫는가 싶더니 벌써 일년의 반이 접어 들었다.
    장맛 비가 쏟아지는 사이 이처럼 더운 여름 날들을 하루하루 접어가니 이도 괜찮은
    피서법이라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2009년 7월 12일

                      
                 
                                                        (우리집 뒷곁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