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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4 12:54

무지개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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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는 어디에...                                 청초

    쏟아 지는 빗 줄기에 쫓겨서 찌는 듯한 더위가 주춤 해 지자 한 여름날 하루살이
    라도 잡아서 요기를 하려는지 탄천 위에는 노란 보리 잠자리 떼가 나타났다.
    먹이를 잡아 먹느라 온 개울 물위에 제 가끔 분주하게 오르 내리며 무리를 져서
    날고 있다.
    이 잠자리는 여름이 무르익어 갈 무렵이면  때 마춰 나타나는 떼 잠자리다.

    어느 듯 나무 그늘에서는 매미들이 이제는 저희들이 무대에 오를 차례라는 듯이
    신명나는 노래로 한 여름을 구가한다. 이에 뒤질세라 풀숲의 귀뚜라미도 찌릿찌릿
    짧은 음과 구슬픈 음색으로 장단을 맞추기 시작한다.

    열대야 탓인지 밤이 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일가를 대동하고 강아지까지
    이끌고 탄천으로 향한 피서 행열이 마치 우리가 그 옛날 무더운 여름 날
    겪었던 6.25 때 피난 행렬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두꺼운 나무 널판을 엮어서 만든 가교 난간에 걸터 앉아서 개울 한 가운데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쏘이는 그 시원한 기분이란 겪어 보지 않고는 표현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어린시절에는 이른 저녁을 먹고 더위를 피해 누군가가 골목 맨 흙길 중간에
    풀 돗자리를 펴 놓는다. 한 옆에 덜 마른 풀로 모기를 쫓는 연기도 피워 놓고...
    이웃 집 어머니들과 어울려 부채로 이리저리 부쳐서 내 몸에 달라 붙는 모기를
    쫓아 주시며 이런 저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시는 어머니의 넓은 치마폭
    을 끌어 당겨 그 속에 몸을 파묻고 나도 모르는 새 그 얘기속으로 이끌려 들어
    가곤 했다.

    밤이 이슥하도록 밤 하늘에 흐르는 은하수와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과 북극성도
    찾아 보고 운이 좋은 날에는 긴 꼬리를 달고 쏟아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며 막연한 행복감과 안도감에 젖곤 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웃에 대한 친밀도도 높아져서 누구의 엄마였는지를 아이들 이름은
    잊혀졌지만 지금도 그 어르신들은 생각나기도 한다.
    이제는 모든 게 세련되고 편리하고 이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도 잘 살 수가 있다.
    심하면 바로 앞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몰라도 불편할 것 하나도 없는 개인위주의
    세상으로 변해 버렸다.

    이제 웬만한 시골이 아니면 뿌연 안개 같은 스모그와 휘황한 야간 조명등 때문에
    밤에 북두 칠성을 찾아 보기란 여간한 행운이 아니면 볼수가 없다.
    밤이면 화려한 빛을 내며 명멸하는 네온싸인 불빛에 현혹되고 바쁜 일상속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묻혀서 이제 그런 별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혀져 버린 것 같다.

    여름 날 시원한 빗줄기 끝에 햇볕이 내려 비치면 하늘 한쪽에 화려하게 나타나던
    일곱 빛깔의 무지개에 '선녀와 나뭇군의 얘기' 속의 날개옷을 입은 그 선녀가 타고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 가는가 ? 하고 환상에 젖기도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우리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 잊혀져 가는 것 중에 하나다.

    해가 나왔다 비가 오다 하면 여우가 시집 가는 날이라고들 말 하곤 했는데...
    이젠 오직 미술 교과서 속에 일곱 빛갈의 원색으로 기억될 뿐이다.
    조금만 시골로 나가면 쉽게 볼수 있었던 개똥벌레 반딧불이도 이제는
    마음먹고 서식지를 찾아 가야만 겨우 만날수 있는 희귀 곤충이 되었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이제는 잠자리 잡으러 다니는 아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축제 일이면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무지개 색 화려한 불꽃 놀이에 그까짓
    무지개 쯤이야 무에 그리 신기하냐 아무도 그리워 하지 않는다.

    요즈음 커 가는 우리들의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어린 시절 막연하게 동경하기도
    하고 무한하게 느껴지던 우주와 한 여름 밤의 신비와 여유로운 낭만도 모두
    잊혀져 가는 옛 동화 속 이야기가 되어 가는것만 같아 마음 한편이 안타깝기도
    하고 씁쓰름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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