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비의 위력은 대단한 것 같다. 장마가 지나간 후 뒷곁을 졸졸 흐르는 개울의 폭이 훨신 넓어져 있다. 그 기슭에 무성하게 키가 크던 잡풀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사람이 손질하여 가운 데로 똑바로 흐르게 만들었던 물길도 모두 허사가 되었다. 장마 통 흙탕물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물이 제 가고픈 대로 자연 스레 세 갈래 네 갈래로 갈라져서 흘러가고 있다. 물의 량도 훨씬 많아졌다. 물 위에 무엇인가 움직인다고 생각되는 순간 보호색을 띄운 흙갈색 야생오리 한쌍이 흐르는 물결을 타고 '괙괙괙' 소리를 지르며 빠른 물길에 실려 둥실둥실 떠 내려 가고 있다. 나선 김에 장마 뒤 오랜만에 탄천 본류에 나가 보기로 했다. 개천 변 길에는 노란 잠자리 꽃들이 한창 어우러져 곱게 피어 있다. 실개천의 물은 아주 맑고 빠르게 흐르고 있다. 드디어 본 탄천 하구에 도착 했다. 하구 입구에는 상류에서 개천 변을 넓게 패어 간 흙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여기에 모두 쌓여서 개천 바닥이 넓게 드러 나 모래 섬이 생겼다. 따라서 흐르는 물도 제방 밑을 파고 들며 흐르고 있다. 이렇게 극지성 비가 몇번 더 오면 탄천 본류의 바닥이 모두 모래로 메꾸어져 하천이 넘치면서 홍수가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버드나무 밑 나무걸상에 앉아서 잠시 아픈 다리를 쉬기로 했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앉아 있어서 차지 하기 힘든 자리인데 오늘은 비어 있다. 모르는 새 어디선가 떠내려 와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던 이 작은 버드나무가 장마 통에 넘쳐 흐르는 힘센 물길에 휩쓸려 넘어 졌는지 제법 무성하던 나무 밑의 곁가지들을 모두 싹둑 잘라 내어 버렸다. 그리고 구식 상고머리 모양을 만들고 버팀 목을 하여 세워 놓았다. 이 곳은 평소 흐르는 물을 잠시 가둬놓고 호수 처럼 보이게 해 놓은 물가둠 장소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물 수면도 잔잔하여 면경 속 처럼 주변 풍경이 알알이 드리워져 있다. 고인 물이 많으면 넘쳐 흘러 떨어지게 만든 낙차(落差)에서는 어디에선가 마치 거대한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 같은 시원한 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물길을 겨우겨우 거슬러 올라 오던 어중간한 크기의 잉어 한 마리가 굼띤 몸을 꿈틀거리며 기어 올라 오다가 힘센 물 흐름을 못 이기고 미끄러져 떨어지기를 몇번이고 반복한다.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 가는 송어 처럼 조금 만 더 힘껏 튀어 오르면 되련만 몸이 우둔한 잉어에게는 그게 어려운 모양이다. 갑자기 잔잔하던 수면에 커다란 잉어가 펄쩍 뛰어 올랐다가 '철퍼덕'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가라 앉으니 잔잔하던 수면에 둥그런 물결이 멀리 멀리 퍼져 나간다. 처음 이 곳을 분양 했을 때에는 한강 상류 팔당에서 맑은 물을 끌어다가 항상 깨끗한 물이 흐르는 살아 있는 하천을 만들겠다던 市의 공약은 잊혀진지 오래다. 날씨가 몹씨 가물 때에는 상류에서 흘러 내리는 생활 오수와 비눗물 거품으로 물고기들이 모두 죽었나 싶게 조용 하였다. 장마 빗물에 물이 맑아지니 한강으로 부터 거슬러 올라 온 잉어 들이 그대로 머물고 있는 모양이다. 민물고기들은 새 물이 흐르는 곳을 좋아하여 즐겨 찾아 다닌다. 다년간 낚시를 다녀 본 경험에 의해 알게 된 물고기의 생태다. 이번에는 다른곳에서 잉어가 펄떡 또 뛰어 오른다. 자세히 보니 누런 횡금색 잉어다. 생각 해 보니 혹시 지난번에 우리가 어항에 키우다 이 곳에 놓아 준 그 새끼 잉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놓아 줄때 커다란 잉어가 되어 다시 돌아 오라는 염원을 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놓아 준지가 한 2년 되었으니 그쯤 컸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하면 동화 같은 이야기다. 연어라면 제가 크던 고장의 냄새를 기억 했다가 다시 돌아 올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철이 지나도 이곳을 떠날 줄 모르는 야생 오리들이 물이 얕게 넘쳐 흘러가는 이 방지턱에 앉아서 작은 물고기가 지나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먼저 번에 올라 오다 미끄러져 떠 내려간 큰 고기는 너무 커서 잡아도 소용이 닿지 않게 생겼다. 지난 번에 왔을 적에 날아 다니던 보리 잠자리 떼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빨갛고 자그마한 고추 잠자리 한마리가 물위에 솟아 있는 꺽어진 갈대 끝에 앉을까 말까 한참 망서리다 마음을 정했는지 그 끝에 앉아서 편하게 날개를 내린다. 풀숲 속에서는 귀뚜라미소리와 쓰루라미 소리가 이미 절기는 가을의 문턱에 닿았 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듯 하다, 울창한 나무 숲사이에서는 매미들이 제철을 만났다는 듯이 이제는 기를 쓰고 울어 대고 있다. 자연은 때로는 엄한 가르침으로, 때로는 자애로운 어머니 품처럼 이런 하찮은 미물들에게도 균등한 기회와 배려를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09년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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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분당 탄천의 물이 많이
불어나고 물 구경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강 상류의 큰 잉어들이 불어난 물 줄기를 타고
올라와서 잉어 잡이 낚시 꾼들이 밤 새워 낚시를
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잡았는지 구경도 했습니다.
한 번은 물이 불어났다가 빠지니까 둔치에 물고기들이
가쳐서 이웃 주민들이 그릇을 들고 줏어 담는 진풍경도
있었습니다.
생활의 잔잔한 글을 써 주시는 동기님 고맙습니다.
건강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